금융공기업 수장, 또 ‘관피아’ 낙하산 잡음…잇단 정권 친화인사 내정

임기 남겨둔 4곳 기관장 교체...친정부 ‘코드인사’ 되풀이 우려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이 2일 임기를 1년 남기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에 직원들은 당황했다. 김 원장은 2016년 9월 새로 출범한 조직을 큰 문제 없이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20여 일 남긴 시점에서 김 전 원장이 굳이 원장직을 내려놓을 이유도 없었다.

이틀 뒤 이계문 전 기획재정부 대변인이 신임 원장으로 내정됐다. 금융 공공기관은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직원들 사이에선 “2년밖에 안 된 조직에 기재부 대변인이 왔으니 조직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나”라는 말이 오가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금융 공공기관 10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등 4곳의 기관장이 교체됐다. 이 가운데 개인사로 사퇴한 김규옥 전 기보 이사장을 제외하고 서민금융진흥원과 신보는 전임 기관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그만뒀다.

황록 신보 이사장은 2월 갑자기 직을 내려놨다. 곧바로 기재부 고위 관료 내정설이 돌았다. 당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용보증기금지부는 성명서를 내 “민주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인사의 망령이 끊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 자리엔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이 앉았다. 윤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지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또다시 제기됐다.

1월 임명된 이정환 주금공 사장도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에서 일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부산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내는 등 이번 정권에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집권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전 정권이 했던 ‘코드 인사’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과 기보를 제외한 금융 공공기관은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수은은 기재부, 기보는 중소벤처기업부 담당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엔 낙하산 인사를 안 한다며 개혁을 강조해 본보기를 보여야 했다”면서 “이제 취임한 지 1년이 넘었으니 정부에 협조했거나 정권 친화적인 인사를 앉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동안 기재부나 정치권 출신이 금융 공공기관 수장으로 오면서 낙하산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 천왕’이나 박근혜 정부 시절 서강대 출신인 ‘서금회’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기관장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바꿔 전문성과 정책 연속성에 허점이 생기는 것이다. 2~3년 임기를 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기관장을 바꾸면 정책의 연속성을 해친다. 새로운 기관장이 업무를 파악하는 데 수개월이 소요된다.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진다. 특히 특별한 이유 없이 기관장 자리를 몇 개월 동안 비워 두면서 오해는 더 커진다. 제 식구를 챙겨 주려 자리를 비워 두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김 전 기보 이사장은 4월 사퇴했으나 이달 10일에야 정윤모 신임 이사장을 임명했다.

다만 전 정권처럼 한 세력에 몰아주는 경향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 공공기관의 한 임원은 “문재인 정부가 약한 부분이 ‘금융’”이라며 “친정권 인사를 앉히고 싶어도 정부 기조와 같이 가는 인물이 많이 없다”고 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