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탈퇴 후에도 동일 무역체제 유지 원하나 EU 거부…북아일랜드 국경문제도 쟁점
18일(현지시간) EU위원회와 회원국 28개국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이틀째 정상회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교착 상태에 빠진 양측 협상의 주요 쟁점은 두 가지라고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하나는 무역 문제. 영국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하지만 EU는 속내가 다르다.
영국은 EU 탈퇴 후에도 EU와 같은 무역 체제를 유지한다는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 ‘체커스 플랜’을 내놨으나 독일 프랑스 등 회원국들은 영국의 제안이 EU 단일 시장을 저해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이 계획은 영국 내 강경파들에게조차 비판받고 있다. EU에 얽매이는 것 자체에 대한 반대로,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는 강경파에게는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로 비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쟁점은 영국-아일랜드 국경 문제다.아일랜드 국경 개방은 정치적·경제적 실익이 커 영국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현재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다. 아일랜드와 국경을 대고 있으나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로워 하루 평균 4만 명과 60만여 대의 차량들이 이 국경을 넘나들며 학교와 직장을 다닌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영국령으로 남기자 북아일랜드에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투쟁을 이어갔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맺기까지도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벨파스트 협정은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체제를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북아일랜드 주민의 56%가 ‘브렉시트’가 아닌 ‘EU 잔류’에 찬성했다.
이렇게 정치적 갈등을 봉합해놓고, 경제적으로도 큰 실익을 얻고 있는데 브렉시트 이후 물리적 국경이 세워지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아일랜드 사이의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아일랜드는 EU 시장, 북아일랜드는 영국 시장으로 서로 다른 법규와 관세를 적용받아야 한다. 영국이 국경을 닫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EU로서는 국경을 지금처럼 두고 무역체제까지 유지하게 용인하면, EU 단일시장과 역내 통합을 해칠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
당초 EU와 영국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에 대해, 영국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영국은 이후 이 방안이 시행되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이 생겨 영국 영토의 통합을 저해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문제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메이 영국 총리는 대안으로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나더라도 당분간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남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안전장치’ 방안을 북아일랜드 뿐 아니라 영국 전체로 확대한 것으로 ‘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2020년 말까지로 정한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이 알려지자 영국 내 비판 여론이 일었다. 내각에서는 몇몇 장관들이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 (DUP)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EU 회원국 역시 반발하고 있다. 추가 EU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영국을 본보기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