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서비스 개발 경쟁
내년 3월 4세대 통신(LTE)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5G 통신 시대가 열린다. 90분짜리 영화를 4G로 내려 받으면 5분 넘게 소요되는 데 비해 5G는 0.16초 만에 받을 수 있다. 빨라지는 통신 속도만큼 고용량 기술인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홀로그램을 활용한 신사업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글로벌 통신사들은 관련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특히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추진 중인 국내 이동통신 3사는 그 어느 통신사들보다 5G 관련 핵심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A(모바일월드콩그레스 아메리카) 2018’은 5G 기술을 활용한 신기술들이 공개됐다. KT·노키아·버라이즌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5G 상용화를 6개월 앞두고 AR, VR를 접목한 최첨단 서비스를 대거 전시했다. 5G 상용화를 선도해 새로운 기회로 삼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현재 SK텔레콤이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업체로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를 선택했다. 조만간 KT와 LG유플러스도 장비 업체를 결정하면 5G 관련 사업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가장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특히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은 대용량 초고속 통신에 적합한 분야인 게임과 스포츠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게임시장은 5G 상용화에 맞춰 연평균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KT는 VR 게임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 초 무선 VR 게임 ‘스페셜포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VR 게임 개발사 로코반스튜디오와 손잡고 비디오게임 ‘메탈슬러그’의 VR 버전을 개발하기로 했다. 넥슨과는 인기 게임 ‘카트라이더’를 활용한 VR 게임을 개발 중이다. KT는 글로벌 유명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VR 게임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토종 VR 서비스를 들고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3월 국내 최초로 VR 테마파크 ‘브라이트(VR + BRIGHT NEW REALITY)’를 개관한 지 두 달 만에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 관련 서비스 수출을 논의 중이다. 이제 막 태동기를 맞은 VR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포부다. KT VR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고윤전 미래사업개발단장은 “스위스의 경우 VR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약 논의까지 진행됐다”며 “V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과도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갖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지난달 ‘5GX 게임 페스티벌’을 열고 360 VR 라이브를 활용한 e스포츠 중계 기술과 VR 게임을 공개했다. 앞으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를 통해 5G, VR, AR(증강현실) 등을 활용한 스포츠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스포츠 중계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5G 시대에는 원하는 각도와 선수를 골라보는 스포츠 중계가 대세가 될 전망인데 LG유플러스는 이미 ‘골라보기’ 서비스를 올해 프로야구와 골프 중계에 적용했다. 최근에는 데이터와 그래픽을 활용한 프로야구 ‘AR 입체중계’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게임 개발사들과 VR 게임 방송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