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혁명의 언어를 욕망의 언어로 비틀다

입력 2018-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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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옌롄커/김태성 옮김/웅진씽크빅/13000원

2005년 봄, 중국 광둥성 격월간 문예지 <화청> 3월호에 장편소설 한 편이 상당 부분 삭제된 채 발표된다.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어느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이미 많은 부분이 사전에 걸러졌음에도 발간되자마자 중앙선전부의 긴급 명령으로 초판 3만 부가 전량 회수·폐기된다. 그리고 향후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금(禁) 조치'를 당하게 된다.

당국은 문예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작품은 당국의 바람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출판물이 전량 폐기되자 수많은 중화권 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적판을 돌려 보기 시작했다. 정부의 과잉 탄압은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작품은 중화권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됐다.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중국 사회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한 마디는 혁명 언어의 경전이자 무소불위의 금언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언어를 인간의 욕망으로 해체함으로써 혁명의 역사를 반문하고 인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했다. 군부대 내에서 발생한 권력욕, 인간적 욕망, 성욕 등이 한데 얽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혁명의 서사와 욕망의 동경을 대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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