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해사기 딱 좋은 차관급 인사

입력 2018-08-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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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직무대행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인사를 발표할 때마다 뒷말이 무성하다. 오해를 부를 인사, 이미 내정된 인사, 아마추어 인사 등 뭔가 깔끔하지 않다. 이번 통계청장과 기상청장 인사가 그렇다. 남들은 모두 ‘경질성 인사’라고 보는데 청와대만 오해라고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차관인사 발표 배경에 대해 “장관 인사와 별개로 보통 차관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평균 1년 2~3개월이 재임 기간이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아직 차관 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조직의 활력을 위해서 차관 인사를 오늘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통계청장 경질과 관련해 지난번 가계소득 표본 적절성 연관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과 무관하다”며 “어떤 특정 부처에 대해 차관 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차관급에 대한 인사를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인사”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통계청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체된 황수경 통계청장은 노동 통계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정책을 보조할 적임자로 평가받아 온 데다 이번 ‘가계동향조사’ 역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려고 표본가구를 종전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렸던 점에서 경질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내부의 목소리다. 특히 이번 조사가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만 심해진 것을 보여줬다지만 통계를 보다 정확하게 생산하고자 표본을 확대한 것을 문제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즉, 통계 수치의 객관성을 무시한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상청장 교체도 뭔가 찜찜하다. 이번 태풍 ‘솔릭’이 기상청 예보처럼 한반도를 강타해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보해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대통령과 정부 부처가 주요 일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고 태풍 피해 최소화에 온 힘을 쏟았고, 대부분 학교는 휴업이나 휴교를 했다. 하지만 태풍 솔릭이 예상외로 큰 피해 없이 지나가자, ‘솔릭’에 대해 ‘설레발이 심함’이라는 뜻의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기상예보가 맞지 않은 경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 양성 실패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예보가 과연 청장까지 교체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이번 인사가 오해일 수 있다. 오해라고 양보해도 왜 지금 시점에 굳이 발표할 정도로 급한 사안일까.

인사 시점의 문제는 환경부 차관 인사를 보면 더 뚜렷해진다. 실적 부진으로 환경부 장관 교체가 거의 기정사실로 되다시피 개각 인사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환경부 차관 인사를 서둘러 낼 필요가 있었을까. 이번 인사로 환경부 장관이 유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인사 스타일을 보면 답답할 정도로 느림보 인사였다. 이미 소문이 다 난 인사도 제때 발표를 못 하는 예가 많았다. 최근 인사만 돌아봐도 농림부 장관 인사와 모 청와대 비서관 인사가 그렇다. 몇 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농림부 장관 인사는 이미 현 장관이 내정자로 공석 전부터 거론됐었다. 농림 관련 단체가 인사 공백으로 인한 업무 차질이 커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몇 번을 촉구했을 정도다. 청와대 모 비서관 인사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당사자가 이미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떠벌리고 다닌 상황이어서 인사 예고 한 달 전부터 명단이 나돌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사를 청와대만 모른다고 하니 정말 고민해 발표한 인사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인사검증에 시간이 걸리지만 최소한 내정자들에게 입단속은 해야 하지 않을까.

인사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청와대 인사로 말이 많았던 만큼 이번 2기 내각 인사는 세련된 인사 발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치권에서 이러니 “자기들끼리 다해 먹는 아마추어 인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좋은 인사라도 오해를 받을 상황에서 인사를 발표하면 전임자도, 새로 선임된 분도 서로 불편해진다. 이 점을 청와대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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