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정 농단' 박근혜 2심서 징역 25년, 최순실 징역 20년

입력 2018-08-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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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징역 5년…'안종범 수첩' 한정적 증거 인정

(이투데이DB)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비선 실세' 공범 최순실(62) 씨는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이 유지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심 재판 도중 보이콧을 선언하고 줄곧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박근혜-이재용, 묵시적 청탁 인정

재판부는 1심 판단과 달리 삼성그룹에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 작업이 존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을 약화시키는 금산분리 원칙 강화나 경제 민주화 정책의 추진에 대한 논의가 커졌고,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에 따라 재산상속 문제가 임박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개인 지분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권을 최대한 강화하는 승계작업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승계작업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을 앞두고 경제수석비서관실에서 정리한 말씀자료를 보면 삼성그룹 현안 관련 내용이 기재 돼 있고, 대통령은 이를 사전에 검토했다"고 짚었다.

이어 "단독 면담 직전에는 가장 핵심적인 승계작업으로 평가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우호적 조치가 있었다"며 "국민연금공단이 이 사건 합병 안건에 찬성하는 과정에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과 달리 영재센터 후원금 뇌물 인정

재판부는 1심 판단과 달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은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원을 결정했다"며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승계작업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대가성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 1심과 같이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재단 출연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입게 될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과 관련해 받기로 약속한 뇌물 부분은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또 말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간 점은 인정하면서도 말 보험료 2억여 원은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 씨와 공범으로 엮인 △현대자동차를 압박해 KD코퍼레이션과 플라이그라운드에 일감을 주도록 한 혐의 △포스코에 펜싱팀 창단을 요구한 혐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사업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과 관련한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안종범 수첩' 한정적 증거 인정…"엄정 처벌"

재판부는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인 이른바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했다. 다만 기재 내용 중 박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돼 있는 내용만 한정했다.

63권 분량의 이 수첩은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014년∼2016년 박 전 대통령이 내린 지시 등을 기록한 것이다.

안종범 수첩이 주목받는 이유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각종 불법 청탁 정황과 이 부회장 등 재계 총수와 독대 자리에서 나눈 대화 등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이 국정 농단 사태를 증명하는 증거로 줄곧 주장해 왔다. 반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이 부회장 등은 증거능력을 부인하며 맞섰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1심에서 안종범 수첩이 간접 증거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이 배척하면서 집행유예로 감형, 석방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2심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으나 '지시'라고 표기된 내용만을 한정하면서 이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마친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고 꾸짖었다.

이어 "정치와 경제 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우리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겨준 피고인에게 엄정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최 씨 중형…안종범 6년→5년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마친 후 곧이어 열린 최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최 씨는 앞서 1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는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은 기획된 것이며 오히려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미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과 관련한 업무방해죄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것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안 전 수석에 대해서는 "대통령 지시를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피고인의 진술이 사건의 실체파악에 도움이 되었다"며 양형 참작 사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선고가 끝난 후 재판을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게 재판이냐", "법치가 사망했다"고 소리치며 판결에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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