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실소(失笑) 비소(鼻笑) 썩소

입력 2018-08-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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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한 영화에서 아역배우로 맡은 역할을 잘 연기해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어린이’가 이제는 어엿한 성인 배우가 되어 드라마에 나오면서 그가 아역배우 시절에 날렸던 ‘썩소’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어린아이가 어른을 향해 한쪽 입꼬리만 올리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하다는 듯이, 다른 한편으로는 비웃는 듯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 그 묘한 웃음 연기에 국민들은 다 같이 따라 웃으며 즐거워했었고 사람들은 이 어린이가 웃던 그 묘한 웃음을 ‘썩소’라고 불렀다.

썩소는 ‘썩었다’는 우리말과 ‘웃음 소(笑)’라는 한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썩은 웃음’이라는 뜻이다. 웃음에 대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식은 ‘밝고 아름답다’는 것이기 때문에 ‘썩은 미소’라는 말은 말 자체가 모순과 부조화를 안고 있다. 실지로는 속이 썩고 있는데 겉으로는 웃어야 하는 웃음이 바로 썩소이다. 그런 웃기 어려운 웃음을 어린아이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웃어냈으니 사람들은 그 깜찍한 연기에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했던 것이다.

부정적인 웃음을 나타내는 말로 ‘실소(失笑)’ ‘비소(鼻笑)’도 있다. 失은 ‘잃을 실’이라고 훈독하고 鼻는 ‘코 비’라고 훈독한다. 失笑는 ‘내 의지로 관리할 겨를이 없이 튀어나옴으로써 허공 속으로 날려 보낸 웃음’이고, 鼻笑는 ‘코웃음’인데 ‘콧방귀’라고도 한다.

실소는 어이가 없을 때 웃은 웃음이고, 비소는 상대를 무시할 때 웃는 웃음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웃음을 표현하던 말이 있었음에도 다시 썩소라는 말이 생겨나 사회에 유행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속은 썩고 있는데 겉으로는 웃어야 하는 이중성이 짙은 웃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주던 어린아이의 깜찍한 ‘썩소’ 연기만 남고 우리네 실지 생활에서는 썩소도 사라지고 실소, 비소도 함께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건강한 웃음, 행복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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