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對中 통화전쟁 수위 높인다…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 2배로 올리기로

입력 2018-08-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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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로 인상 방안 검토 -위안화 가치 하락이 ‘관세 폭탄’ 상쇄한 탓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 달러(약 224조 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율을 10%에서 25%로 2배 이상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평가 절하시킨다고 판단,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통화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관세율 인상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관세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물은 뒤 최종적으로 관세 부과를 결정한다. USTR는 2000억 달러 관세안에 대해 20~23일 공청회를 열고 30일 관세 발효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공청회 및 의견 수렴 기간을 다음 달 5일로 연장할 예정이라고 CNBC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달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160억 달러 규모의 관세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관세율 인상 검토는 최근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해 미국의 ‘관세 폭탄’을 상당 부분 상쇄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통화 가치를 평가 절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상승폭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위안화 가치는 계속 하락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6.8293위안으로 전일 대비 0.19% 올라 1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은 통화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최근 두 달 사이 위안화 가치는 6% 이상 하락했다.

중국은 무역전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방편으로 시장에 돈을 풀고 있다. 중국 국영은행의 한 고위 간부는 “우리 규제 당국은 무역전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국영은행 등에도 정책 의도에 맞게 금융기관을 운영하도록 ‘창구 규제’를 하고 있다.

미국이 대중 무역 협상에서 원하는 바는 37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무역 적자를 2000억 달러까지 줄이는 것과 자국에 기술 이전을 요구하며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 중국의 산업 정책을 변경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관세율 인상으로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강제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불공정한 행위를 중단하고 시장을 개방하며 진정한 시장 경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관세가 인상되면 미국의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가 상승한다. 프레드 버그스텐 워싱턴D.C. 국제경제연구소 설립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해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고 달러 가치가 올라 무역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도록 할 수 있어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관세율 인상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큰 위험을 안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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