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진상범 부장판사)는 SK건설, 대우건설, 등 13개 기업이 LH를 상대로 제기한 협약이행보증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SK컨소시엄은 청구금 578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컨소시엄과 LH의 분쟁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치소 이전 및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소재 영등포구치소를 구로구 천왕동(지금의 남부구치소)으로 이전하고 영등포구치소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SK컨소시엄과 LH는 공동 출자로 프로젝트 회사인 비채누리 개발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했다.
LH와 컨소시엄은 구치소를 이전하고, 부지의 일부를 비채누리에 매각해 개발토록 하는 내용의 사업 협약을 맺었다. 2011년 남부구치소 신축공사는 완료됐으나, 구치소 부지를 개발하지 못한 채 사업협약은 해지됐다. 컨소시엄이 토지감정평가와 고도제한을 문제 삼아 2014년, LH에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한 탓이다.
컨소시엄은 “LH가 토지감정평가를 토대로 매매대금 4588억 원을 산정해 계약 체결을 요구했으나 단독으로 업체를 정해 진행한 감정평가는 잘못됐다”며 “고도제한 문제도 계약체결 기한까지 해결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컨소시엄은 협약 해지의 귀책사유가 LH에 있다고 보고, 비채누리 출자금 239억 원과 협약이행보증금 중 일부인 339억 원을 지급하라고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LH에 귀책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도제한으로 인한 인허가 지연, 실패 등의 책임까지 LH가 부담할 필요는 없다”며 “해당 지역의 고도 제한은 군사 기밀에 해당해 사전에 확인할 수 없었고, 고의로 관련 합의를 지연시킨 것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LH가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한 것에도 문제가 없고, 감정평가금액도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컨소시엄은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측은 “2015년 LH가 비채누리를 상대로 협약이행보증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협약 해지의 책임이 LH에 있다는 판단 아니겠냐”며 “현재 항소를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LH는 2016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등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영등포구치소 부지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부지에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상업 시설 등이 들어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