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진실과 기름은 물 위에 뜬다

입력 2018-07-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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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속담에 ‘진실과 기름은 언제나 물 위에 뜬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무언가를 제 아무리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을 한다해도 진실은 언제고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진리의 법칙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안겨 주었다. 가장 대표 적인 것이 바로 KTX 해고승무원들이 12년 만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규직으로 복직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코레일은 지난 21일 오전 10시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합의서 3개 항과 부속합의서 7개 항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노사는 2006년 정리해고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KTX 승무원을 특별채용하는 한편 정리해고와 사법농단으로 유명을 달리한 승무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복직 결정이 날 때까지 KTX 해고승무원들이 흘린 눈물과 힘듦의 무게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2006년 불합리한 근로계약을 거부한 후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승무원들은 이후 단식농성과 서울역 뒤편 40m 높이의 조명 철탑 고공농성 등 물리적 투쟁 뿐만 아니라 삭발과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연좌 농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고승무원들은 2010년 8월 코레일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15년 2월 대법원이 "승무원과 코레일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하면서 다시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2015년 11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에 KTX 승무원 재판이 언급된 것으로 최근 파악되면서 당시 대법원의 판단은 '재판거래' 의혹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고승무원들은 지난 5월 서울역 서부역 앞에서 10여 년 만에 다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 9일부터는 철도노조와 코레일 간 해고자 복직 교섭이 시작됐다. 그리고 21일 새벽 자회사 취업 없이 소송을 진행한 승무원 180여 명을 코레일이 경력직으로 특별채용하기로 결론이 나면서 12년에 걸친 이들의 아픈 역사에도 마침표를 찍어 낼 수 있었다.

돌아보면 KTX 해고승무원들은 자칫 시대적 권력을 손에 쥔 이들에 의해 철저히 은폐될 수도 있었다.

사회적 약자를 따스하게 안아주지는 못할망정 이들을 매개로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사법부를 대체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더는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차기 정부에서는 제2, 제3의 KTX 해고승무원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진실을 왜곡한 채 아직도 사회․경제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은 더 이상 위선자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진실은 언제고 드러날 것이고, 그 위선의 대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가혹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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