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최저임금 인상 ‘대란’…왜?

입력 2018-07-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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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우리는 일괄 ‘8350원’(내년도 시급 기준)

최저임금 인상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소상공인업계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며 공식 사과했다.

궁금증 ① 최저임금 그동안 얼마나 올랐길래? =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로 올해(16.4%)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했다. 최저임금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다섯 차례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 2010년부터는 줄곧 한 자릿수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상안에 대한 체감지수가 더욱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도입됐으나 2000년 이전까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1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1991년 18.8%의 인상률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공식 인상률 통계에 포함하지 않는 이유다. 최저임금 제도의 적용 대상이 현 수준으로 확대된 것은 2002년부터다. 2002년 이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이상 오른 건 2003년 9월(10.3%), 2004년 9월(13.1%), 2007년 1월(12.3%)이다.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예정)까지 10년간 최저임금인상률은 연평균 7.2%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2%)과 명목임금상승률(3.3%)을 2~3배 웃돈다. 지난 10년간 GDP 성장률(3%대)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치다.

궁금증 ② 최저임금 어떻게 결정되나? =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심의ㆍ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꾸려진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공익위원 가운데 선출된다. 임기는 3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전국 단위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에서 지정한다. 공익위원은 고용부가 위촉한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보면 근로자위원은 총연합단체 노동조합에서 추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전국 단위 노조가 양대 노총밖에 없다 보니 근로자위원 구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근로자위원 9자리 가운데 5자리는 한국노총, 나머지 4자리는 민주노총이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자를 대표하는 이들은 2명뿐이다.

사용자위원 추천 단체는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로 정해져 있다. 이번 사용자위원 구성은 경총과 대한상의가 양보 의사를 밝히면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처음으로 들어가게 됐다. 다만, 이의신청권은 없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측은 소상공인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안건을 제안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9표, 반대 14표로 부결됐다.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궁금증 ③ 소상공인들이 뿔난 이유는? =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이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상승하면서 사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또 내년에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임금 지급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문제 해결의 포인트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단기간에 급상승하면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의 상승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노동자는 약 266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비율은 13.3%에 달한다. 2001년 이후 최저임금 미만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6년으로 13.5%였다. 지난해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은 숙박ㆍ음식업(34.4%)이 가장 높았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1∼4인 사업장(31.8%)이 가장 높은 미만율을 보였다. 실제로 식당 같은 영세 사업장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궁금증 ④ 산업계는 왜 업종별ㆍ규모별 차등 적용 주장하나? =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은 업종별ㆍ규모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 심화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방편이 ‘업종별ㆍ규모별 차등 적용’이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등은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 501만 명 가운데 98%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업종별, 규모별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차등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수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미 작년 기준으로도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 편차가 극심하다”며 “현행 단일최저임금제는 구조적으로 영업이익이 낮아 임금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 산업과 소상공인의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영향률은 25%로 국가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고율 인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 없이는 최저임금제도의 실효성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사업별 구분 적용 안은 제도 개선 TF 연구용역에 따라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박사가 제출한 안을 참고한 것이다. 노 박사의 개선안은 3단계 분류 기준을 거쳐 사업별 구분 적용을 시행토록 제안하고 있다. 1단계 분류 기준은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최저임금 미만율 20% 이상’인 업종을 1차 분류 기준으로 적용했다. 2단계 분류 기준은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이다. 3단계 분류 기준은 1인당 부가가치다.

2단계와 3단계 모두 ‘전 산업 평균 100% 미만’으로 적용하는 경우 32개 업종에 걸쳐 599만 명의 종사자가 최저임금 구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경영계에서 요구했던 최저임금 특례 시범적용 업종 중에서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ㆍ미용업, 일반 음식점업, 경비업이 구분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만 PC방, 택시업은 구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궁금증 ⑤ 해외 사례는 어떤가? = 미국은 지역, 장애, 학생 신분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한다. 예컨대 뉴욕주 등은 최저임금이 11달러이지만, 농촌이 많은 조지아주 등은 5.15달러다.

일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서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노동협약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합의해 노동협약서를 제출하는 경우 해당 업종 종사자의 3분의 1 이상이 합의해 신청하면, 최저임금심의회의 조사심의를 거쳐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2016년 기준으로 특정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 수는 약 318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은 지역별로도 최저임금이 다르다. 올해 일본의 평균 최저임금은 시간당 848엔이다.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별 최저임금은 도쿄도(東京都)가 958엔으로 가장 많고, 고치현(高知縣) 등 8개 현은 737엔으로 도쿄보다 221엔이나 낮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을 구간별로 나누면 900엔대가 3곳, 800엔대가 12곳, 700엔대가 32곳으로 집계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농장 노동자, 숙박업 노동자, 택시운수업 종사자 등 취약 분야로 분류되는 업종의 노동자에 한해서만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산업2부 최두선 기자 sun@, 이지민 기자 aaaa3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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