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의 통상 브리핑] 한·중 지방 협력 강화의 필요성

입력 2018-07-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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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FTA 협상을 하려면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다. 주최국 입장에서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하고, 상대국 협상대표단이 숙박이나 교통 등에 불편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이 협상 장소 물색인데,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FTA 협상을 개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농민과 같은 이해 관계자의 반발과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교통이 마비되는 등 큰 홍역을 치를 수 있어 각 지자체가 협상 유치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자체는 FTA 협상을 기피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지자체가 오히려 서로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우리 도지사에 해당하는 성장(省長)들이 직접 나서서 중앙정부를 설득해 협상을 자기 성(省)에 유치한다고 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그 이유는 ‘FTA특구’ 제도에 있다. 명칭은 ‘FTA특별시범지역’, ‘자유무역시범구’, ‘경제협력시범구’ 등 다양하지만, 중국 중앙정부가 FTA체결국과 경제적인 연관성이 높은 지역이나 해당 FTA 타결에 기여한 지자체에 금융·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협상 대상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성(省)을 FTA특구로 지정해 상품시장을 우선 개방하고, FTA 혜택을 제일 먼저 누리게 하자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홍콩 CEPA 특구는 광둥(廣東)성, 중국·대만 ECFA 특구는 푸젠(福建)성, 중국·아세안FTA 특구는 광시자치구 난링(南寧)시 등이 지정되어 있다. 지방에서도 FTA 협상 유치가 잘되도록 경쟁심리를 유도하는 중국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중FTA 경제협력챕터에는 양국 산업단지와 지방경제 협력을 위한 근거 규정이 있다. 당시 한·중 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받기 위해 경합했던 중국 지방도시는 9곳이나 되었는데, 중국 정부는 이 중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시,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 광둥성 후이저우(惠州)시 3곳을 지정했다. 광둥성은 애초 열세였지만 왕양(汪洋) 부총리가 2015년 1월 방한하면서 최종 낙점을 받았다.

여기에 일부 탈락한 지자체들이 반발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방경제 협력’이라는 개념을 FTA에 새로이 도입했다. 중국 지자체가 한국과 지방경제 협력을 하면 중국 내 ‘FTA특구’와 유사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새만금 경제특구 1곳만 한·중 산업단지로 지정하는 대신 양국 지방경제 협력은 각 지자체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이미 인천 경제자유구역청과 웨이하이(威海)는 전자상거래, 관광, 통관·검역 등 10개 분야에서 지방경제협력을 추진 중이다. 3월 베이징(北京)에서는 한·중 산업단지협력 내실화를 위한 국장급 회의가 열려 구체적인 당면과제들을 논의했다. 이 협력 채널은 사드 보복으로 개최되지 못하다가 21개월 만에 재가동된 것이다. 또한 지난달 한·광둥성 발전포럼이 후이저우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곳에서 한·중 기업들이 반도체 장비와 OLED 제조 공장을 공동 설립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물론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드 보복은 정식 철회되었다. 양국 관계도 정상화되면서 관광 등 인적 교류가 늘고, 한·중 FTA 서비스·투자 2단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진출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중국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는 못 하다고 한다. 여기서 중국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한·중 FTA에서 아직 써 보지 못한 조항들을 활용해 관계 개선에 나서기 바란다. 특히, 산업단지와 지방경제협력 조항을 잘 실천해 양국 간 사업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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