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입력 2018-07-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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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용 자본시장부장

신텍 상장폐지 후폭풍이 거세다. 고의부도설, 주가조작설은 논외로 하더라도 매각 당사자인 한솔그룹 책임론은 물론, 코스닥 최대주주 적격성 논란까지 번질 태세다. 일부 코스닥벤처 펀드가 편입하면서 수익률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증권사 지점장이 비공식적으로 추천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8000명으로 추산되는 소액주주다. 이들은 한솔신텍 당시 ‘한솔’이라는 이름을 믿고 산 장기투자자거나, 뒤늦게 남북경협주에 편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최대주주 변경 이후 소위 지인 추천으로 이른바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나름의 매수 사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지양해야 할 매매 패턴이 마지막이라고 본다.

고급 정보가 주식시장이라는 무시무시한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한 개미에게까지 전달됐다면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자칫 ‘공짜 점심’ 한 끼를 노리고 진입했다가 1년치 밥값을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분석 없이 지인의 정보만으로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다. 재무제표, 손익, 현금흐름, 본업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주식투자자 대부분의 가장 큰 유혹은 앞서 언급한 ‘공짜 점심’이다. 믿을 만한 지인이 확실한 정보라며 추천하는 경우인데, 초보 개미투자자가 가장 애용하는 투자법이기도 하다. 설령 주가가 실제로 오르더라도 상승폭만큼 수익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주식시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시장은 그렇게 쉽게 초과 수익을 안겨 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최고점의 계좌 잔액이 본전이거나 원금이라고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을 때도 손절에 실패하면서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신텍이 시장에 주는 교훈은 간단명료하다.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나쁜 종목’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재무제표 활용이다. 회계사 수준의 고난이도 지식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실적, 현금유동성, 유보율, 증자 등 중요 지표 몇 가지만 확인하고 매수의사를 결정해도 지뢰를 피할 확률을 확실히 높일 수 있다.

재무제표 분석은 좋은 종목을 찾는 데 유리할까, 안 좋은 종목을 거르는 데 유용할까?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 후자에 가깝다. 재무제표를 통해 신약 개발이나 수주 등 소위 대박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 규모나 소송 진행 상황, 보증 여부, 고금리 차입금 등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은 좋은 기업이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나쁜 기업’ 피하기다.

투자 경력이 꽤 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아쉬움이 남는 종목이 있게 마련이다. ‘그때 그 종목을 샀더라면 대박인데…’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하지만 반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종목만 사지 않았더라면….”

대부분 투자자들은 1년에 한두 종목 때문에 농사를 망친다. 승승장구하던 수익률이 한두 종목에 물려서 마음고생을 한다. 90%의 승률을 손해 보게 하는 그 10%가 문제다.

개미들이 천문학적인 자금과 슈퍼컴퓨터로 무장한 외국인과 기관을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비교우위는 시간과 민첩성밖에 없다. 펀드매니저처럼 고객의 환매 요청에 원하지 않는 시점에 매도할 필요가 없고, 브렉시트와 같은 본질 가치와 동떨어진 악재가 발생했을 때 좋은 기업을 저가에 빠르게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곳곳에 널려 있는 지뢰만 피할 수 있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타이밍은 오기 마련이다. 수익 내는 공격법’이 아닌, ‘손실을 피하는 방어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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