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프트 브렉시트’로 간다…‘EU와 긴밀한 경제관계 유지’ 백서 발표

입력 2018-07-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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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자유무역지대 추구하되 금융업은 독자노선·TPP 참여 검토도 언급…트럼프 “EU와 관계 유지하지 말아라” 메이 총리 압박

▲6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 버킹엄셔 에일즈버리에 위치한 지방관저에서 브렉시트 관련 내각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이후에도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을 분명히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백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100쪽이 넘는 백서에는 향후 EU와의 관계와 앞으로의 정책 방향 등이 담겼다. 내년 3월 EU 탈퇴를 앞두고 영국과 EU는 올해 10월까지 브렉시트 이후의 경제 관계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메이 총리는 영국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EU와의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백서를 내놓았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후에도 EU와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고 관세 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은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에서는 철수하지만 원활한 무역을 계속하기 위해 농산물이나 공산품의 규격과 기준은 EU의 규정을 따를 계획이다. 의료와 화학, 항공 등 산업에서도 EU 규제기관 회원국으로 남는다. 자동차 등 제조업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EU 회원국 국민의 무비자 입국도 허용한다. 백서는 단기 관광이나 비즈니스 활동을 위해 입국하는 사람이 비자 없이 영국에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간의 이동이나 유능한 인재, 유학생의 유입도 쉽게 하자고 제안했다. ‘하드 보더’ 문제가 우려된 영국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서는 복잡한 세관 절차가 부활하지 않도록 했다.

영국 경제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금융서비스업은 EU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중시하나 EU는 정부의 개입이 옳다고 여겨 금융 규제에 대한 견해가 엇갈린다. 백서에 따르면 영국은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EU와 느슨한 관계를 맺고 독자노선을 모색하기로 했다.

영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검토하는 등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가속화한다. 백서는 “독자적인 무역 전략을 전개하고 TPP 참여도 검토하겠다”고 명시했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비 EU 국가와의 교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백서의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날 발표된 백서는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에서 메이 총리가 제안할 협상안을 담고 있지만 구속력은 없으며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게다가 메이 정권은 내부 강경파들과의 불화에 직면해 있다. 메이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하면서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던 강경파는 반발하고 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이번 주 사임했다. 현재 영국 의회는 지난해 6월 실시한 조기 총선이 ‘헝 의회’로 끝나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 없이 분열된 상태다. 메이 총리의 추진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도미니크 랍 신임 브렉시트 장관은 이날 하원 연설에서 소프트 브렉시트가 “균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의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메이 총리에 대한 영국 국민의 신뢰가 낮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EU가 영국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더 불투명하다. EU는 영국이 단일시장·관세 동맹에서 빠지면서도 회원국으로서의 혜택을 계속 누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EU와의 자유무역지대, 비 EU 국가와의 FTA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마이클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영국이 서비스에 대한 동등한 조치와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배제하면서 단일시장 형태의 접근을 추구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FT는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에 대한 회담은 영국이 내년 3월 EU를 떠나 ‘제3국’이 된 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영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영국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EU와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미국과의 통상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메이 총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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