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NG vs BAT, 미·중 IT 군단은 제3국서 대리전쟁중

입력 2018-07-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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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국 시장 진입 안 되자 신흥시장서 보이지 않는 ‘펀치’…FAANG은 브랜드로 ‘도배’하고 BAT는 현지 시장에 ‘녹아들기’ 전략

▲G2(미·중) IT 대기업들의 시가총액. 파란색 미국 기업. 위에서부터 넷플릭스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빨간색 중국 기업. 위에서부터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가로축 기간 2014년~현재. 세로축 액수. 단위 1조 달러. 출처 이코노미스트.
각자 집에서 밥그릇 뺏길 일 없이 자란 우량아들이 밖에서 맞붙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IT 기업들 얘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각자의 앞마당이 아닌 제3국에서 치열한 대리전을 벌이는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과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에 주목했다.

양국은 상대국의 IT 공룡들이 자국으로 들어와 경쟁 구도를 만들고 시장 점유율을 앗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로 울타리를 쳤다. 게다가 6일(현지시간) 서로에게 35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의 관세 폭탄을 쏘아대며 무역 전쟁까지 선포해 양국 IT 군단들이 직접 맞붙을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대신에 이들은 제3국에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FAANG 군단 가운데 애플과 아마존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현지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미국도 중국 기업에 철벽을 치기는 마찬가지다. 3일 미국은 사이버 안보 이유를 들어 중국 국영 통신기업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진출을 불허했다. 또 알리바바그룹홀딩스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의 미국 온라인결제 스타트업 머니그램 인수도 막았다.

그러자 이들 기업은 자본을 들고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시장으로 뛰어들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내 편 만들기’ 대결을 하고 있다. 미국의 공룡들은 해외 시장을 기업 이름으로 도배하고 있다. 미·중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인터넷 사용 국가인 인도에 아마존은 50억 달러를 들고 들어가 현지 기업에 자신들의 제품과 네트워크를 복제·구축하고 아마존 브랜드를 입혔다. 구글은 500개 철도역에 무선인터넷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를 깔았다. 반도체 칩 업체 퀄컴도 인도 스타트업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10대 매출 발생 국가 중 8개국이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들이기도 하다.

반면 중국 경쟁사들은 현지 시장 저변에 녹아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이름을 내걸지 않는 대신 현지 기업에 투자한다. 인도의 페이티엠, 빅바스켓, 인도네시아의 토코피디아, 싱가포르의 라자다, 파키스탄의 다라즈 등 현지 유명 IT 업체들의 뒤에는 모두 중국 기업들의 후원이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수십 곳의 신흥시장을 포함에 전 세계에서 외국 기업 1000곳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 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의 43% 이상을 후원하고 있다. 중국 IT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인도 스타트업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미국 IT 기업들은 시장에서 이미 경쟁 우위를 선점했고 언어라는 또 다른 이점이 있어서 사용자가 서비스로 알아서 몰린다. 따라서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초기 경쟁 우위에서 밀렸기 때문에 아래에서부터 잠식해 들어갈 필요가 있다. 신흥시장의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지원을 반기면서 향후 기업 운영 방식에서도 중국의 접근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패권을 둘러싼 FAANG과 BAT의 전투가 상업적인 이유에서 시작해 글로벌 시장을 두 개의 블록으로 나눠 먹으려는 땅따먹기 경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기업들 간의 경쟁이 미·중 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대결과도 관련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현대판 실크로드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중국 인접 국가 내 수억 명의 소비자들을 중국 네트워크로 연결하고자 한다. 중국은 이러한 청사진으로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정면으로 맞설 뜻을 여실히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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