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무장관 사의표명…난민정책 불화로 메르켈 정권 5개월만에 분열위기

입력 2018-07-0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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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CSU, EU난민 합의에도 반기…CDU-CSU 연정 70년 역사 흔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3월 베를린 독일 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독일 대연정이 난민 정책에서 일치점을 찾지 못하면서 흔들리는 가운데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며 사실상 배수의 진을 쳤다. 장장 5개월간의 연정 합의 끝에 내각이 꾸려진 지 불과 5개월 만에 앙겔라 메르켈 정권이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호퍼 장관은 난민정책의 변화가 없다면 장관 자리와 기독사회당(CSU) 당수 자리를 모두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난민정책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제호퍼 내무장관이 이끄는 CSU는 메르켈 총리의 정책에 반대하면서 독일 내 내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연정 내에서 난민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CSU는 이날 8시간에 걸쳐 내부회의를 열고 EU 합의안이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독일통신사 DPA에 따르면 제호퍼 장관은 이날 CSU 내부회의에서 세 가지 선택지를 제안했다. CSU가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에 따르거나, 두 당간의 연정을 깨고 국경 통제안을 밀어붙이거나 혹은 자신이 장관과 당수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세 가지 선택지 중 제호퍼 장관은 마지막을 택했다. 당내 의원들은 장관에게 사퇴 결정의 재고를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제호퍼 장관은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EU 회원국에 이미 망명 신청이 된 난민을 독일에서 추방하는 내용의 정책을 내놨으나, 메르켈 총리는 EU 공동의 난민정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후 EU 정상들은 역내 국경 강화와 합동 난민심사센터 신설, 역내 난민 이동 제한 등에 합의했으나 CSU는 이것도 거부했다.

CSU와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은 지난해 9월 독일 총선거 이후 연정 과정에서도 난민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합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137일이라는 시간이 걸리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내각 출범에 가장 오랜 시간을 쓰기도 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CSU와 계속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며 손을 내밀었다. 그는 “유럽으로 오는 불법 이민자를 줄이려는 CSU의 목표에 동의하고, 망명 신청자들이 그들이 가고 싶은 국가를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데도 같은 의견”이라며 “CSU와 다른 점은 목표가 아니라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제호퍼 장관의 사임은 독일 내각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메르켈 총리는 마음이 급하다. 제호퍼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이 쓸모없고 무의미했다”고 말하면서 “강경한 국경 통제와 관련한 새로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표명했다. 갈등이 격화할 경우 메르켈 총리도 제호퍼 장관을 경질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CSU와 CDU 연정을 깨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내각이 둘로 쪼개지면서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지마저 뒤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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