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반격 강조…중국과 무역 갈등 않는 국가들은 우대 시사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 주석이 미국에 대한 반격을 강조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21일 글로벌CEO협의회 소속 CEO 약 20명과 만나 “중국은 미국에 반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양에는 누군가 당신의 왼뺨을 치면 다른 뺨도 대라는 개념이 있다”며 “우리 문화에서는 ‘펀치’로 돌려준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성경 구절을 잘못 인용해서 말했다.
또 시 주석은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열 것”이라면서 미국과 달리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지 않는 국가들을 우대하겠다고 시사했다.
이날 회의에는 골드만삭스그룹, 프로로지스, 하얏트호텔과 같은 미국 기업과 폭스바겐, 아스트라제네카 등 유럽 기업의 CEO가 참석했다. 글로벌CEO협의회는 중국 외교부 산하기관이 2014년 결성한 단체로 이전에는 리커창 총리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왔으나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시 주석이 참석했다. 관계자들은 “시 주석이 미국에 대한 엄중한 대응을 기업에 직접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보복관세 수단이 제한적이지만 다양한 미국 차별 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미국은 다음 달 6일 지식재산권 침해를 근거로 중국 제품에 대한 500억 달러(약 55조7600억 원) 관세를 발효한다. 중국은 같은 날 미국산 대두와 에너지 및 기타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 1299억 달러로 트럼프 대통령의 2000억 달러 규모 고율 관세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미국 기업과 관련된 인수·합병(M&A) 승인을 포함해 각종 인허가를 지연하거나 검사를 강화하는 등 미국 차별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검사 증가, 규제 승인 지연, 민족주의 감정 고조로 인한 불매 운동 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애플은 4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아이폰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며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나 이는 중국 정부에 의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노무라홀딩스와 스위스 UBS그룹, 미국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중국에서 다수의 중개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관련 규제기관에 신청했으나 중국 당국은 그중 JP모건의 신청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WSJ는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자국의 기조에 맞지 않는 외국 기업들에 대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해왔다면서 시 주석은 정부와 언론, 사회에 대한 공산당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정책을 강요할 수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상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22~23일 고위급 회의를 소집해 “세계가 심오하고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중국은 동맹을 형성하고 세계적인 규칙 형성에 있어 이점을 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근 대화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