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진출…니켈 등 관련 산업에도 투자 이어져
3월 미국은 수입산 철강 관세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과 불공정 거래를 주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 중국이 철강을 과잉 생산하고 있다는 비난이 계속되자 중국은 이를 의식해 2016년 1억5000만 톤을 감축하기도 했다. 대기 오염 문제로 지방정부의 투자 유치 대상에서도 제외되자 중국 철강 기업들은 철강 관세와 생산량 감축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 공장 이전에 주목하고 있다. 철강 정보 업체 칼라니시 커머더티스의 토마스 구티에레즈 연구원은 “중국 내 투자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서 해외에서 더 나은 기회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년간 중국 철강 회사들은 연간 320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2016년 기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 철강소비량의 40%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최근 자동차 생산과 건설 붐이 일어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여전히 철강 소비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 철강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물론 철광석과 니켈 같은 관련 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칭산 그룹은 연간 150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니켈 용광로에 투자하기 위해 중국개발은행(CDB)으로부터 3억8400만 달러(약 4280억 원)를 조달했다. 중국 국영 건설회사인 중국야금과학공업(MCC)과 신우안 강철은 말레이시아에 코크스 공장과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철강 기업들은 자국 국영은행에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어 동남아시아 철강 생산 프로젝트에 저렴한 가격으로 입찰할 수 있다. 이들의 해외 공장 이전은 국내 생산량을 높이려는 동남아시아 정부의 요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에너지 정보업체 S&P글로벌플라츠의 폴 바르톨로뮤 선임 편집장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들 국가는 자체적인 철강 생산력을 갖추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