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알권리 보장”…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비밀 벗긴다

입력 2018-06-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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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권과 함께 꾸리는 태스크포스(TF)팀이 다음 달 ‘대출금리 모범규준’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 은행이 ‘자율성’을 내세우며 편의에 따라 내규에 적용하던 모범규준에 손을 대는 것이다. 우선 그동안 비공개였던 모범규준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대금리 산정체계 공개 등 이번 검사 결과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할 조항을 신설한다.

◇‘영업비밀’로 관리했던 모범규준… “소비자 보호 위해 공개해야” = 은행권은 2012년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정했다. 자율적으로 대출금리 산정 합리성을 높이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다른 자율규제와 달리 대출금리 모범규준은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은행연합회는 자율규제라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제도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은행 설명대로 모범규준은 자율규제일 뿐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각 은행이 모인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제정·의결된 사항이다. 사실상 ‘지켜야 할 규칙’인 셈이다. 금융당국도 모범규준에 따라 내규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는 모범규준을 보고, 자기가 내는 대출금리 적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고객 알 권리 차원에서 기본적인 정보로, 공개 실익이 크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모범규준은 자신들만이 적용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른 모범규준처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도 모범규준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에 가산금리 모범규준 공개를 요구해도 은행이 자율성을 들이대며 못 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다음 달 TF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산금리 산정주기 추가… ‘우대금리 산정체계’도 공개 = 금감원은 모범규준에서 크게 두 가지를 손댄다. 우선 가산금리에 시장 상황과 경영 목표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예를 들어 현재 모범규준 제6조(신용프리미엄 산정)에는 경기변동 상황 등을 반영해 신용프리미엄을 합리적으로 정한다고 규정할 뿐 산정 주기 명시가 없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 신용프리미엄에 적용하는 예상 부도율이 몇 년 전 통계인 사례가 있었다”며 “최소 연 1회 이상 적정성을 재평가해 신용프리미엄을 변경하는 규정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변경 등에 관한 기록·관리를 강화하는 내용도 추가돼 은행의 금리 산정 내역 공개 의무도 강화된다. 현재 제20조(부수거래 감면금리 적용기준 설명)에는 적용기준과 감면 기간, 취소 사유 등을 약정서에 밝히라고 나와 있지만 우대금리를 제멋대로 적용한 영업점 적발 사례를 보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 ‘차주가 요구할 경우’라는 수동적 조건이 붙었던 규준 제27조(가산금리 변동사유 안내)도 강제성을 부여해 은행의 적극적 알림 의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시스템상 금리 산정 시 적금 가입이나 공과금 자동이체 등 우대금리 조건 대부분이 전산에 바로 반영된다. 하지만 소득 변경 내용 등 직원이 수기로 입력할 경우 일부 영업점들이 지점 실적을 높이려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않고 높은 금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점장 전결 사항인 가산금리 스프레드를 재량껏 적용하기도 했다.

한 전직 시중은행 지점장은 “지점 경영지원평가(KPI)에서 손익 목표 달성이 점수가 가장 높은 부분이라 지점장에게 압박이 들어올 때가 많다”며 “실제 한 지점에서는 만기 대출 연장 시 지점장에게 주어진 가산금리 스프레드(0.3~0.5%p) 이내 자율 운영권을 최대로 적용하고 전산에 안 잡히는 우대금리를 빼 금리를 올린 예도 있다”고 말했다.

◇영업점장 재량권 바뀔까… 은행권 반발은 변수 = 영업점장 재량으로 금리를 조정하도록 한 제19조도 수정할지 관심이다. 지점장은 가산금리 산정과 우대금리 적용 등 재량권이 상당 부분 보장돼 있다. 그러나 그만큼 임의로 조정해 불합리한 금리를 산정할 가능성도 크다. 내부 심사위원회 심사 조항도 강화될 전망이다. 제18조는 ‘주요 가산금리 항목을 조정·신설하거나 그 항목의 수준을 조정하는 경우에는 내부 심사위원회에서 동 조정 또는 신설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심사한다’고 규정한다. 지난해 추가됐으나 금감원 조사 결과를 보면 은행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은행권 반발이 변수다. 은행들은 검사 결과에 당황하면서도 ‘영업 자유 침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 산정기준을 보겠다는 것은 은행 영업 방식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며 “은행은 제조업과 달리 비용과 수익을 산정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모범규준을 개정하더라도 자율규제라 제재 수단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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