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시아나의 추악한 베끼기

입력 2008-04-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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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아시아나가 KAL의 FOM 저작권 침해했다"

아름다운 기업을 표방하는 아시아나항공이 크게 체면을 구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13부(부장판사 이균용)는 10일 대한항공이 지난 2006년9월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아시아나항공의 비행운영규정(FOM:Flight Operations Manual) 저작권 침해 소송사건‘에 대해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금 5000만원을 대한항공에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FOM‘이란 조종사를 포함, 항공기 운항 관련 종사자들이 업무 수행시 지켜야 할 정책과 절차, 기준 등을 정리한 것으로 항공기 운항의 근간이 되는 지침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04년 7월 초부터 1년 3개월에 걸쳐 조종사 등 전문 인력 10명을 투입해 국판(A4용지 반크기) 크기 666페이지 분량의 비행운영교범을 완성한 후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으나 아시아나항공이 이 교범을 무단 도용하여 자사의 비행운영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를 처음 인지한 2006년7월 아시아나항공 측에 ▲표절한 FOM의 2개월 내 전면 수정 ▲주요 일간지에 사과광고 게재 등을 요구했지만 아시아나가 표절 사실을 부인하며 대한항공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것.

심지어 당시 아시아나는 "FOM은 당시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 지침에 의한 것으로 양 항공사 모두 건교부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을 준수해 만들도록 돼있다"며 "대한항공 논리대로라면 대한항공도 결국 외국 항공사의 FOM을 번역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은 결국 아시아나를 상대로 같은 해 9월 ▲FOM 표절부분의 개정 ▲주요 일간지에 사과광고 게재 ▲3억원의 손해배상 등을 골자로 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 날 "아시아나의 예전 FOM과 대한항공의 FOM을 비교했을 때 저작인격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로 아시아나항공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박삼구 그룹 회장이 그룹 모토를 '아름다운 기업'으로 정하고 이의 실천을 위한 7대 과제를 선정하는 등 대외 이미지 제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룹 명칭에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사의 저작물을 베끼고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대한항공 역시 다른 회사의 저작물을 베꼈다는 주장을 하는 등 ‘매우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더욱이 아시아나는 문제가 됐던 FOM을 소송 진행 과정에서 변경해 이 사건이 공론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까지 한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아시아나의 한 관계자는 "소송이 제기된 이후 내부에서 FOM 개정 작업을 지속적으로 한 끝에 지난 3월 FOM에 대한 최종 개정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변경 시도 자체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아시아나 측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소송까지는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시아나가 오히려 대한항공을 공격하는 등 비이성적 태도로 일관했다“며 ”FOM 베끼기가 저작 인격권 침해라는 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만으로 큰 상징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판결은 자사가 전문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만들어낸 저작물을 아시아나 측이 무단 전재한 것에 대해 철퇴를 가한 것"이라며 "앞으로 항공사 간의 이같은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 측 관계자는 "판결문 전문을 살펴보고 법률대리인과 협의를 거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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