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과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독대하기 전 정부가 이미 롯데그룹 면세점 재취득과 관련해 검토 중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4일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열고 호텔롯데 면세점사업부 신규사업본부장 박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박 씨는 "면세점 특허에 탈락한 후 기획재정부 직원을 만났더니 '기다려봐라,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 내에서 무엇인가 움직임이 있다는 짐작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 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당시 기재부 고위공무원이 "신규 특허를 내주겠다"는 말을 직접 하지 않았지만 "(신규 특허가) 몇개 필요하느냐. 뭐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고 묻는 등 당국이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관세청장은 이 같은 내용을 2016년 2월 18일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는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한 3월 14일보다 한 달 앞선다.
박 씨는 "그 소식을 듣고 환호했고 특허수를 추가해주는가 보다 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가 있기 전부터 정부는 이미 면세점 문제를 종합 검토하고 있었고, 업무보고 등을 보면 롯데 내부에서도 이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 씨의 증언은 대통령과 면담 당시 면세점 추가 청탁할 필요가 없었다는 신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인 만큼 향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린다.
신 회장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등 경영 현안에 대한 청탁을 하고 최순실(63) 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했다가 검찰의 그룹 수사가 이뤄지기 직전에 돌려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별도로 신 회장은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격호(95) 총괄회장 셋째 부인 서미경(58) 씨 모녀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1249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