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사 암보험 약관 중 ‘직접적인 암 치료’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한다. 지금까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진행했던 보험급 지급 행태의 개선과 함께 요양병원에서의 치료행위가 암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약관 개정으로 보장폭이 크게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직접적인 암 치료’를 정의하는 데 대법원 판례들을 주요 참조 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다230164)에는 암 수술 후 요양·후유증 치료를 ‘암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한다고 인정한 취지의 판결이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대법원이 요양병원에서의 치료 자체가 암보험금 지급 대상이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금감원은 요양병원에서의 치료 자체가 직접적인 암 치료에 해당된다는 판단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판례는 말기암 환자가 종합병원에서 계속 암치료를 못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요양기관이 필요한 경우 직접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판단한 것”이라면서 “요양병원 치료 자체가 직접적인 치료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약관이 개정된다고 해도 ‘직접적인 암 치료’ 대상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암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치료나 입원을 하더라도 보장 범위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을 명확히 한다고 해서 보장 대상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모른다”며 “요양병원 치료 중에 일부분이 직접적인 암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약관 개정과 함께 요양병원 치료를 따로 보장하는 특약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다. 바꿔 말하면 약관 개정을 하더라도 ‘직접적인 치료’만을 보장하는 기존 암 보험만으로는 요양병원 비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로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특약을 만들어 보장 범위를 늘리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상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꼼수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미 암보험이 있는데 따로 특약을 만드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만 높아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난색을 표하긴 마찬가지다. 요양병원 자체가 보장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요양병원에서 받는 직접치료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쪽으로 바꿔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해석을 해서 요양병원 치료 중 직접적 암 치료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수라고 해도 현재 횡행하는 과잉진료처럼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