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슈퍼파워’ 인도로 가는 길] 女 경제활동률 최하위권 ‘모디노믹스’ 또다른 복병

입력 2018-05-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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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경제참여 131개국 중 120위 “印 근로환경 性평등 기회 제공땐 2025년까지 GDP 18% 성장 가능” WB, 15년간 30억 달러 자립지원하자 사업·기술 배운 4500만명 가난 탈피 정책 지원·규범 변화 뒷받침돼야

‘인도 경제 성장의 열쇠를 여성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늘리고, 근로 환경에서 차별을 없앨수록 인도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최근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가 소개했다.

글로벌컨설팅기업 맥킨지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 단순히 여성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기존 전망치 GDP 대비 최대 18% 이상(770억 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맥킨지는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 정책인 ‘모디노믹스’가 성 평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 GDP에서 여성이 이바지하는 비중은 현재 18%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동시에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중국만 해도 이 비율은 40%에 달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25%로 131개 국가 중 120위다.

인도 여성은 남성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이 그 뿌리다. 최근 인도 정부는 현재 인도에 있는 2100만 명의 여성이 ‘부모가 원치 않는 자녀’였다고 분석했다. 업무 기회, 서비스 접근, 물리적 안전, 법적·정치적 대표성 등 4가지를 기준으로 인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 국가 중 성 평등 면에서 최하위에 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맥킨지는 인도에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중 97%가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거나 가사 노동과 같은 비공식 부문에 속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노동의 질과 처우를 개선하고, 여성의 복지를 증진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며 “이는 단순히 일자리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인도 여성들의 삶의 질에 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네트 딕슨 세계은행(WB) 남아시아 대표는 3월 뭄바이 포럼에서 여성의 경제적인 참여가 인도 경제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18%에 불과한 여성의 GDP 기여 비중이 50%로 늘어나면 연평균 GDP 성장률에 1.5%포인트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딕슨은 “2005~2012년 사이 약 2000만 명의 인도 여성이 노동 인구에서 이탈했다”며 “이 규모는 스리랑카 전체 인구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WB는 그동안 여성의 경제적 참여 증진을 위해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예컨대 WB는 지난 15년간 30억 달러(약 3조2055억 원)를 들여 농촌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로 4500만 명의 가난한 인도 여성들이 기술, 시장, 사업 개발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중 일부는 성공한 기업가가 돼 다른 여성들의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WB는 이 같은 투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가정과 국가 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기술을 배우거나 일자리를 얻은 여성조차 가정 내에서 압박으로 일을 그만두는 경향이 나타났다. 따라서 가정 내에서 여성의 의무와 사회적인 규범을 변화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여성의 노동 시장 진입을 독려하는 정책적인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성 경영진이 이끄는 기업에 보조금을 준다든지 사원 50명 이상 기업에는 보육 시설을 필수로 두게 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딕슨 대표는 인도 남부 타밀 나두 지역에 형성된 의복 제조 지구를 예로 들었다. 그는 “거기서 옷을 만드는 소녀들은 빈곤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라며 “만약 소녀들이 집에만 있었다면 그들과 그들 가족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례가 보여주듯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는 정부 부처와 교육 기관, 공공 부문, 민간 부문의 고용주들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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