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창업·중소기업을 위한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동산(動産)금융' 활성화에 나섰다.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통해 기업과 은행의 취급 유인을 높이기 위해 3년간 1조5000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담보 설정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은행권에 매력적인 ‘당근’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은 인프라 부족을 보완하는 법적·제도적 권리보호장치 미흡 등의 이유로 동산담보 대출을 소극적으로 운용해왔다.
◇동산금융, 3년 내 15배 확대?… 은행권 반응 떨떠름 = 정부의 동산금융 확대 방침에 은행권은 달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현재 은행들은 무동력기계, 원재료 등 일부 동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1개의 전용 대출상품을 취급하며 동산금융의 명맥을 겨우 이어왔다. 은행들이 동산담보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담보물에 대한 가치평가가 쉽지 않고 아파트나 토지처럼 경매 등을 통해 쉽게 처분할 수 있는 시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또 담보 추적이 어렵고 가치 훼손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이날 동산금융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권 실무자들도 대출 사후에 리스크 관리와 면책과 관련한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지켜야 할 절차를 지켰을 때 사고가 나면 그것은 당연히 면책이 될 것"이라며 “내부 절차를 수립할 때와 감독하면서도 이 점을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동산담보대출은 2012년 8월 출시 이후 1년간 2400여 개 업체에 6000억 원의 자금이 공급됐지만 1년 뒤 담보물 실종사고, 중복 담보, 불법반출·훼손 등 제도적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취급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현재 잔액은 초기 실적의 3분의 1 수준인 2051억 원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IoT 활용도 '글쎄'… 사후 리스크 관리 여전히 부실= 금융위원회도 이 점에 주목해 담보 안정성 강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효율적 사후관리를 위해 정부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기계담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동산 담보물에 IoT 단말기를 부착하면 실시간 위치 파악과 관리가 가능하고 기계장치의 위험이동 발생 시 담당자에게 SMS로 즉각 알림이 통보된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oT 기술로 전보다는 신뢰가 높아졌지만 ‘열 사람이 한 도둑 못잡는다’는 속담처럼 새벽에 막무가내로 담보물을 이동하거나 파기 시 추적이 어렵다”며 “경비 인원이 전국에 상주하지 않는 한 경보가 울리더라도 리얼타임(실시간)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금융위는 담보 가치평가의 정확성을 위해 하반기 중 은행권 공동으로 전문평가법인 풀(Pool)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여신데이터 축적을 위해 은행권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내년 상반기부터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은 이를 활용해 금리·한도, 담보인정비율, 대손충당금 등을 설정하게 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문평가법인 풀을 구성하더라도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히 쌓여 빅데이터 역할을 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동산금융을 실시하더라도 좀 더 유연하게 대출 여력이 높아진 정도일 뿐 여전히 기존 거래실적, 자산규모, 재무구조 등을 중요하게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개정으로 최소한의 보호장치 필요… 제도적 뒷받침 '無' = 담보권자의 법적 권리보장 장치 강화를 위해 현행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의 개정 추진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은행권이 관련 법·제도 개선 관련 건의를 해왔는데 적극적 개선이 어려웠다”며 “2012년에는 법이 만들어지고 초기다 보니 시행에 집중했지만 이제라도 법무부 등과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 개정이 불필요한 부분인 ‘제3자 등기사항증명서 열람’이나 ‘보관장소 변경시 등기효력 유지’등은 8월에 시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법적 반출·훼손 시 제재수단’이 없고, ‘담보권 존속기간인 5년 경과시 담보권 재설정 필요 및 대출연장 곤란’ 등 현행 법상에서는 은행이 담보물을 관리하는 데 한계점이 많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2012년에 ‘동산채권 등 담보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후 큰 틀만 주고 제도적 뒷받침이 전혀 안 됐다”며 “은행이 높은 리스크를 지며 대출을 집행하는 만큼 법 개정이 이른 시일 내 이뤄져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