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IMF도 압박…김동연 부총리 “타국 사례 고려해 결정” 피력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을 앞세운 미국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현재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응수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오후(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양자면담했다.
김 부총리와 라가르드 총재의 만남은 과거 G20이나 IMF 총회 등에서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별도의 양자면담은 지난해 9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타국 사례, 우리 외환시장 및 경제구조,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라가르드 총재에게 IMF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라가르드 총재는 “그동안 IMF가 연례협의 보고서 등에서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외환시장 개입정보 공개 시 경제정책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거시경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 경제와 외환ㆍ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부작용 우려는 크지 않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21일 워싱턴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면담을 통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식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공개 방식으로는 3개월 단위로 3개월 시차를 두고 외환 매수·매도 총액을 공개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부속 공동선언문을 준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다 하더라도 시장 개입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에 불안정이 있거나 쏠림이 있으면 스무딩 오페레이션(미세조정)을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인정하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IMF나 미국과 협상이나 합의하는 차원이 아니라 IMF 등 지속적 권고를 감안해 우리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고 필요할 때 필요한 방식으로 공개 방식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