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 자이 같은 로또 분양 계속될까

입력 2018-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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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입찰제 얘기나와 어쩌면 시세차익 기대 힘들 수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한때 신규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비싼 적이 있었다. 주택업체들이 인기지역 아파트 분양가를 대폭 올렸다. 가격을 마음대로 높여도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가격이 비싸도 서로 분양을 받으려고 야단이었으니 업체들이 굳이 싸게 분양할 필요가 없었다.

정부가 분양가를 자율화해줘 생긴 일이다.

설령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한다 해도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시세보다 조금 낮춰 생색을 냈다.

지난 2013년 11월에 고(高) 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서초구 반포 아크로 리버 파크 일부 평형은 분양가가 인근 래미안 퍼스티지 가격보다 비쌌다. 일반적인 평형도 시세보다 3.3㎡당 70만~80만 원정도 낮았을 뿐이다. 전용면적 85㎡ 형 기준으로 치면 2000만~3000만 원 가량 쌌다는 얘기다.

당시 시장 구조로는 최근 분양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처럼 시세 차이가 6억~7억 원 정도 벌어질 수가 없었다.

이때는 대부분의 시세 차익을 업체가 다 차지하는 형태였다.

물론 비싼 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도 최근 몇 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함으로써 많은 이득을 봤다.

그렇다면 요즘은 왜 시세 차익이 몇 억 원대 생길 수 있을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승인을 빌미로 분양가를 통제해서 그렇다. 주택업체들이 마구잡이로 분양가를 높이는 바람에 기존 아파트까지 급등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가 간접 통제에 나선 것이다.

HUG는 분양가가 너무 높으면 분양 보증 승인을 안 내주는 방법으로 분양가를 눌렀다. 새로 분양보증 신청이 들어올 경우 분양가를 주변의 분양 1년이 넘은 아파트 기준 110%를 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으니 당연히 당첨자 몫의 시세 차익은 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에이치 자이 개포다. 관련 업체는 분양가를 3.3㎡당 4500만 원 이상 받을 참이었다. 주변 시세가 5000만 원을 웃돌아 그 정도면 고 분양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웬걸. HUG 측은 너무 비싸다며 2017년 9월 분양한 강남 래미안 포레스트 분양가 수준인 평균 4160만 원선으로 묶었다. 포레스트도 분양가 통제를 받아 시세보다 3.3㎡당 1000만 원 가량 낮게 책정됐었다. 여기다가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올라 디에이치 자이 개포 시세 차익은 래미안 포레스트보다 훨씬 많아지게 됐다.

예전 같으면 주택업체가 차지했을 엄청난 규모의 시세 차익을 당첨자가 갖게 되는 구조로 변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약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일단 분양을 받으면 수억 원을 이득이 생기니 통장만 있으면 다 청약을 하는 분위기다. 디에이치 자이는 건설업체의 집단 대출까지 못하게 만들어 자금력이 없으면 분양대금 납부가 쉽지 않은데도 경쟁률은 높았다. 일단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을 버는데 누가 청약을 포기하겠느냐 말이다.

강남 일대 이런 로또 분양 예정 단지는 수없이 많다. 이들 단지도 디에이치 자이의 기준을 적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시세 차익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디에이치 자이에서 벌어진 소동이 계속될 것이라는 소리다.

과연 정부가 이런 모순 덩어리 청약 제도를 가만히 두고 볼까.

항간에 시세 차익을 정부가 갖는 채권입찰제가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채권액을 많이 써낸 사람 순으로 당첨자를 결정하는 방식 말이다. 과거 아파트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시절에 적용했던 제도다.

시세 차익을 업체나 개인이 아닌 정부가 걷어 들여 서민주택 건설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명분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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