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이 기업 규모에 따라 올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근로ㆍ경영 환경에 맞춰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토·일요일 8시간씩을 더해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로 규정하고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제한했다.
산업계 충격을 완화하고자 기업 규모별로 적용 시기는 차등화했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은 7월 1일부터, 50~299인 기업은 2019년 1월 1일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한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가 합의하면 2022년 12월 31일까지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한다.
휴일 근무 시에는 현재처럼 8시간 이내는 통상임금의 150%를, 8시간 초과는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한다.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에만 적용되던 법정 공휴일 유급 휴무제도도 민간까지 확대한다. 사실상 무제한 근로를 허용하던 특례업종은 기존 26개에서 육상·수상·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 업종으로 축소했다. 존치되는 5개 업종의 경우에도 근무일 다음 날엔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해 장시간 근로로부터 근로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이 확보되도록 개정됐다.
근로시간 제도가 바뀌는 것은 2004년 주 40시간제 도입 이후 14년 만인 데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도 16시간이나 줄이는 만큼 산업계도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춰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근로시간 관리를 위한 자료 발간, 교육·연수와 컨설팅을 통해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기업들의 성과 관리 체계 개선이 제안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성과 관리 체계는 시간과 노력 대비 효과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평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나,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보상 및 인재 선별 중심에서 코칭 및 인재 개발 중심으로 성과 관리 트렌드가 변모하고 있다.
◇과정·성장과 개발에 초점을 맞춘 관리체계로 전환= 최근의 평가체계 개선 트렌드는 구성원들에 대한 지속적 피드백과 코칭을 강화하고, 간소화한 수시 다면평가와 절대평가 기반의 보상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성과 관리체계 혁신의 대표 사례로는 한독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꼽힌다.
한독은 조직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 전반에 대한 상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온라인 기반 상시 성과 관리체계인 ‘e-HR IPaD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성과 관리 포맷인 IPaD는 △개인 업무목표 △회사 5가치 실천계획(정직·파트너쉽·성취·혁신·신뢰) 및 CSR △역량개발 계획 △경력개발 계획 등으로 구성된다. 1차적으로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각각의 내용을 작성하고 이를 관리자와 협의하여 합의된 내용을 ‘e-HR IPaD 시스템’에 등록해 성과를 관리하게 된다.
한독은 성과 평가 결과를 다양한 분야에 누적해 반영하고 있다. 전년도 평가는 전년도 업적급과 올해 임금 인상에 차등 반영하며, 승진에도 3년 이상 누적 반영함으로써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원과 관리자, 양 당사자 모두 언제든지 접속해 확인·점검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 결과만이 아니라 성과 창출을 위한 과정 전체를 관리할 수 있으며, 성과 평가에 있어서도 피평가자가 평가 결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 시간과 공간이 다변화되는 등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스마트 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업무 성격에 따라 일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기술을 활용해 업무를 혁신하고 있으며, 공유와 협업,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사무실에 전용 책상이 없으며, 본인이 원하는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 생산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공간을 설계했고 기술 환경을 구축했다.
또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맞춰 기존의 개별활동 중심의 성과 관리 체계를 성장과 개발에 초점을 맞춘 관리체계로 전환했다. 등급제를 폐지하고, 퍼포먼스가 아닌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전략 및 문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협업과 팀워크를 통한 조직 성과의 기여도(임팩트)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임팩트는 회사의 비즈니스 결과에 기여한 개인의 성과와 더불어 협업을 통한 성과, 즉 다른 사람의 일과 아이디어 또는 노력에 기반한 성과와 다른 사람의 성공에 대한 공헌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직원과 관리자가 정기적으로 성과와 개발에 대해 논의하도록 커넥트(Connect)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일하는 문화의 변화·쌍방향 소통의 성과 관리체계 필요”= 전문가들은 기존 성과 관리체계는 조직 목표보다 직업 개인의 목표 달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팀워크를 해치는 역효과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회사의 사례를 보면 페이스북은 SNS를 평가 도구로 활용, 평상시 로그를 남겨놓고 있다. 구글은 분기 단위의 마감체계를 갖추고 있다. 분기별 목표를 설정하고 마감하고 평가를 해서 보상한다. 가장 큰 특징은 전사 단위에 대해 목표를 설명하고 공유하고 토론해 각 조직이 어떤 목표를 가져갈 건지 공유한다. 목표 공유뿐만 아니라 성과 달성에 대해서도 조회할 수 있다. IBM은 자기 PR 구조다. 본인이 준비될 때 평가받는 방식으로, 신청을 해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고민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 모 텔레콤 회사는 전형적 업적 역량평가 구조에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구조로 바꿨다. 평가 자체가 등급 구조가 아닌 평가에 대한 결과가 기술식으로 서술된다. 또 다른 국내 ICT 회사는 상향 평준화 방지를 위해 S등급을 일정 비율 이상 못 주도록 만들었다.
김인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글로벌 회사로서 전 세계적으로 협업하는 상황이고 여러 조직이 함께 일하다 보니 보고 라인이 단일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법은 준수해야 하는데 근무환경은 선진화되어 있어서 직원들이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이사는 “직원들이 변화되는 환경에 맞춰 의식이나 어떤 행동 변화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게 됐다”며 “협업을 통한 결과 창출, 성장하고 더 나은 결과를 받기 위한 피드백, 잘한 사람에게 더 나은 보상을 해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성과 관리체계를 바꿔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진 딜로이트컨설팅 휴먼캐피탈그룹 이사는 “이제는 시공간을 유연하게 쓰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고 일하는 문화가 바뀌는 게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며 “성과 관리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는 그다음 단계”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이 성과에 몰입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간소화된 수시 다면평가를 통해 성과를 점검·평가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며 “평가 등급을 강제 배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절대평가 기반의 보상을 연계해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고 실질적 피드백을 강화하도록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