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6일간의 ‘유령주식’ 쇼크…배당·매매 시스템 문제는

입력 2018-04-12 10:44수정 2018-04-1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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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자본시장부 차장

6일 오전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는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사상 초유의 사고’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직원의 ‘클릭 한 번’의 실수로 배당금이 배당주로 잘못 입력됐고, 무한정 발행된 유령주식 일부는 어떤 통제도 없이 매물 폭탄으로 쏟아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허술한 증권 거래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음은 물론, 회사의 경고에도 주식 팔아치우기에 급급했던 일부 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까지 총체적 난국을 빚었다.

사건이 터진 나흘 만인 10일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501만 주는 ‘삭제’되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엄중 조치를 예고했으며, 투자자들의 분노는 공매도 폐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신뢰를 퇴색시킨 ‘삼성증권 사태’를 둘러싼 궁금증 다섯 가지를 풀어본다.

궁금증① 주식 배당 사고, 어떻게 발생했나 = 이번 사건은 사실상 하루 전인 5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삼성증권 직원이 배당금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으로 1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한 것이다. 이 직원은 배당 담당 직원이 아니었다. 게다가 담당 팀장은 이 같은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직원, 담당 팀장, 시스템 등 3단계를 통해 충분히 오류를 잡아낼 수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유통주식 8930만 주의 30배를 웃도는 유령주식 28억 주가 직원들에게 입고됐다. 우리사주에 원래 지급돼야 할 배당금은 28억3162만 원이지만, 112조 원에 달하는 주식이 지급된 것이다. 치명적인 사고를 파악하고도 삼성증권의 내부 시스템은 임직원의 비정상적인 매도를 막는 데 37분이나 소요했다. 그 사이 16명의 삼성증권 직원은 유령주식 501만 주(1800억 원 상당)를 급하게 팔아치웠다

궁금증② 이번 사태는 ‘팻핑거’ 오류인가 = 증시에서는 거래 담당자들이 주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종종 실수가 발생하는데, 이를 ‘팻핑거(fat finger)’ 오류라고 한다. 자판보다 굵은 살찐 손가락으로 잘못된 숫자를 눌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숫자 기재 오류가 아니라, ‘원’과 ‘주’로 단위가 아예 다르다. 통상 일어나는 숫자 ‘0’을 하나 더 붙이는 실수가 아닌, 메뉴 클릭을 잘못해 발생한 결과라는 것.

이 같은 이유로 금융당국에서도 “단순한 직원 차원의 팻핑거 오류라고 보기 힘들다”라는 입장이다. 결국 착오를 일으키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야 했는데도, 이를 가볍게 본 결과라는 것이다.

궁금증③ 우리사주 현금배당, 일반주주 배당과 다른 점은 = 일반적으로 배당 프로세스는 ‘우리사주조합원’과 ‘일반주주’ 등 대상에 따라 다르다. 상장사가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예탁결제원은 주주 정보가 담긴 ‘배정명세’를 각 증권사에 전송한다. 이후 증권사는 예탁원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통해 사전 점검을 진행한 후, 배당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우리사주는 상장사에서 증권사를 통해 바로 조합원 계좌에 배당금이 들어간다.

또 배당은 현금뿐 아니라 주식으로도 가능한데, 주식 배당의 경우 발행사가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을 거쳐야 한다. 요컨대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주식배당이나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한 현금 및 주식 배당과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궁금증④ 증권사 내부 시스템 문제는 무엇인가 =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이 상장사인 동시에 증권사인 것도 영향을 줬다. 상장사가 잘못 배당했더라도 증권사에서 이를 걸러낼 수 있지만, 삼성증권이 직접 하다 보니 오류를 걸러낼 수 있는 단계 하나가 생략된 셈이다. 게다가 삼성증권이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하고 있었다는 점도 사태의 심각성을 키웠다는 게 금융당국 진단이다.

또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도 실제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 37분이 소요되는 등, 위기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배당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오류를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게 결정적인 문제점으로 드러난 셈이다. 완벽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궁금증⑤ 현실에서 무차입 공매도 가능한가 =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다’는 의미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매도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사서 갚아 시세 차익을 내는 매매 방식이다. 주식을 공매도하려면 개인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고, 기관과 외국인은 한국예탁결제원 또는 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을 통해 지분을 가진 투자로부터 주식을 대차해야 한다.

반면,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매도 주문을 하는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금지하고 있다. 시장 교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실제 주식시장에 발행되지도 않은 2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주식 거래가 이뤄진 것이 문제다. 투자자들은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실제 일어났다는 점에서 공매도 폐지를 청와대에 청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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