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0.9%↓…국제유가는 3년 만에 최고로 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글로벌 시장이 다시 한번 출렁였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완화하자마자 중동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시장은 매일같이 트럼프 변수에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11일(현지시간)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경제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자 시장이 출렁거렸다고 보도했다. 뉴욕증시는 하락했으나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국제 유가는 중동 긴장 고조에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는 시리아로 발사된 모든 미사일을 격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 “멋지고 새롭고 ‘스마트’한 미사일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으니 러시아는 준비하라”고 썼다. 이어 “러시아는 자국민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가스 살인 짐승’의 파트너가 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알렉산드로 자시프킨 레바논 주재 러시아 대사가 “러시아 군대는 미사일을 격추할 것이며 발사 원점도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맞받아친 것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모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시리아에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시리아의 반군 거점 지역인 동구타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응징을 다짐했다. 9일 백악관 각료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4~48시간 이내에 중대 결정을 할 것”이라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미국이 시리아 정권의 배후로 보고 있는 러시아, 이란 등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8.55포인트(0.90%) 하락한 2만4189.45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4.68포인트(0.55%) 내린 2642.19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25.27포인트(0.36%) 떨어진 7069.03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 가격은 1.1% 오른 온스당 1360달러에 마감했다. 5월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31달러(2.0%) 급등한 66.8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수석 마케팅 전략가는 “이것은 예상하지 못한 사항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응을 암시했다”면서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수준에 대해 방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자국 경제를 개방할 것이라 밝히고 자동차 등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낮추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주요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렸던 시장의 분위기는 하루 만에 바뀌었다. 댄 데밍 KKM파이낸셜 전무이사는 “시장의 가격 결정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동 긴장의 영향은 한시적이며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어니 세실리아 브린모어트러스트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는 “이러한 사건이 단기적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시장은 수익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