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ㆍ단감 북상에 밀려…사과ㆍ복숭아 재배가능지 감소
지구 온난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후반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사과와 복숭아, 포도 등 현재 대표적인 과일의 재배가능지가 줄고, 대신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감귤과 단감이 북상해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통계청이 10일 발간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에 따르면, 세계 기후는 1850년대부터 경제 및 인구성장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해 왔다. 1880~2012년 동안 133년간 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 온난화, 극한 강수 현상 등 이상기후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 21세기 전반에 걸쳐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변 기온 상승은 전 세계에 비해 최근 30년의 경우 약 1.5배 높게 상승했다. 2016년 전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로 높은 가운데, 우리나라 2016년 연평균기온도 13.6℃도로 평년(12.5℃)보다 1.1℃ 높아 1973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경제성장에 따른 온실가스의 증가로 21세기 후반까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기온 상승과 함께 폭염과 열대야 등 기후 관련 극한지수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1973년과 2017년의 연평균기온 증감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제주권은 1.14℃ 상승으로 가장 높게 올랐다. 이어 수도권 0.91℃, 강원권 0.90℃ 순으로 높았다. 전국의 연평균기온은 0.67℃ 상승했다.
기온상승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는 남부지방에서 충북, 강원 지역 등으로 북상하고 있다. 트레와다 기후 분류에 의하면, 현재 한반도의 제주도와 부산과 목포를 연결하는 남해안은 습윤 아열대 기후구(여름철이 고온 다습한 특징)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대륙성 기후구로 분류된다.
트레와다 아열대 기후구는 최한월의 평균기온이 18℃ 이하이면서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향후 온난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아열대 기후구의 경계가 점진적으로 북상할 전망이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저감 없이 배출되는 경우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RCP8.5에 따르면,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의 지역이 21세기 후반기에 아열대 기후로 변경될 전망이다. 주요 농작물 재배가능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사과와 복숭아, 포도, 인삼 등은 재배가능지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사과는 경북 영천지역에서 강원도 정선‧영월‧양구지역까지 이동하는 등 주요 과수 작물이 남서부에서 영동지역으로 북상하고 있다.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감귤과 단감 등은 재배한계선이 상승해 재배가능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정책과 연계해 RCP 시나리오별 기후변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RCP8.5에 따른 재배가능지(재배적지) 변동 시 발생될 작물별 문제점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상기상 등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분야 피해예방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농업재해 종합대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통계청은 각 부처의 정책수립에 필요한 통계를 생산해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진 통계청 농어업동향과장은 “주산지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농림어업총조사와 더불어 기상청, 농진청, 농식품부와 같은 유관기관의 자료를 연계해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