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변혁①] 169개 회계법인 생존형 M&A 경쟁..규모의 경제 키워라

입력 2018-04-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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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5조 7059억 원 규모 분식회계는 우리 사회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 조선·중공업·건설사 등 수주산업을 중심으로 한 회계 부실은 수면 위로 드러났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정부는 회계 부실의 재발 방지를 위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을 개정했다. 2020년 외감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기업의 자유수임이었던 감사인 선임은 지정제(6년 자유+3년 지정)로 바뀐다. 회계법인 역시 자격을 갖춰야 한다. 등록제를 통해 일정 자격을 갖춘 곳만이 기업을 감사할 수 있다.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에게 자율보다는 규율을 강조한 것이다.

외감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기업은 시장으로 부터 다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숫자 조작의 유혹은 사회의 작동 원리를 옭아맨다. 경제 성장을 말하기에 앞서 투명한 회계부터 실천해야 한다. 이투데이는 외감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해당 법이 회계법인과 감사보수 등 회계시장, 기업의 회계처리에 미치는 영향을 3회 시리즈로 연재한다.

“올해 감사인 지정제 문턱을 넘기 위한 회계법인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것이다. 벌써 물밑에서 누구랑 합병할지 논의를 하고 있다. 2018년 중, 늦어도 2019년 초에는 회계법인 간 합병이 마무리될 수 있다.”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현재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회계법인의 외감법 전부 개정안에 따른 생존을 위한 합병이 중견·중소회계법인의 당면 과제로 떠 올랐다.

◇회계업계 구조조정, 중견·중소회계법인 대형화 경쟁 = 2018년 1월 말 기준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에 등록된 회계법인은 175개다. 이 중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빅4와 대주·삼덕을 제외하면 169개 회계법인의 회계사가 200명 미만이다. 회계사가 40명을 밑도는 회계법인은 142개에 달한다.

외감법 개정안은 이처럼 난립돼 있는 회계업계를 구조조정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는 최저 회계사 수를 40명으로 정해 너도 나도 대표를 하겠다며 회계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감사 품질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회계사 수 최저선을 20명으로 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도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며 “30명은 고려는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 품질을 관리하는 품질관리 인력 요건도 전체 회계사의 5%는 적어 이를 기본으로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갖춘 곳이 감사인 지정제에서 유리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175개 회계법인 중 90여 개가 상장사 감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중 40명 미만인 곳을 제외하면 27개만 정부의 최저 요건을 통과한다. 나머지 63개 회계법인이 상장사 감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불가피하다.

매출 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것이 회계법인에 유리할 전망이다. 회계업계는 상장사 1개당 감사보수를 평균 1억5000만 원으로 산정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감사인 지정 대상인 2700여 개 기업의 시장 규모는 연간 4000억 원가량이다. 50개(회계사 8000명) 회계법인이 외감법 개정안 문턱을 통과할 것으로 가정하면 회계사 1인당 5000만 원의 감사 부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회계사 수가 많은 곳이 상장사 감사 배분을 더 많이 받아 매출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중소회계법인, 감사인 지정회사 분배 등 반대 = 중견·중소회계법인의 합종연횡이 이뤄져도 빅4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빅4 중 가장 인원이 적은 한영회계법인의 회계사는 845명이다. 중견과 중소 3개 이상이 합병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공회는 회계법인이 한 행정구역 내에서 사무실을 2개만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합 관리를 유도하기 위한 측면과 함께, 이름만 공유하는 무분별한 합병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회계법인 3개 이상이 합병하기 위해서는 공통비용 분담뿐 아니라 여러 가지 난관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중소회계법인들은 업계의 합병 그 이후에도, 상장사의 감사인 지정이 대형사에 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외감법 시행 첫 해인 2020년 629개의 상장사가 감사인 지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해에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연간 200~250개로 분배하는 안을 금융당국은 검토하고 있다.

남 회장은 “상장사 감사인 지정이 일시에 몰리면 수주경쟁 심화와 감사보수 덤핑이 일어날 것으로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전체 2만7000개 외감법 적용 대상 기업 중 불과 2% 기업 때문에 수주경쟁 심화라는 부작용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인 지정을 분산 배정하면 대형회계법인이 모두 차지하고 중소까지는 지정 순번이 오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세무와 회계저널’ 2017년 12월호는 “고객의 규모로 총액이 더 많아도 시간 대비 보수 측면은 오히려 할인될 수 있다. 낮은 시간당 보수를 극복하기 위해 감사품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이 꼭 중소사보다 우수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는 회계법인 규모와 감사 품질의 상관관계를 더 명확히 알기 위한 연구용역을 한공회에 의뢰한 상태다. 안영균 한공회 연구 부회장은 “중소회계법인에서 의뢰한 법인별 규모와 감사품질 상관관계 연구는 현재 기획 단계”라며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아직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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