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경쟁 치열했던 미국과 달리 일본서는 마땅한 경쟁자 없어 ‘부전승’
토이저러스는 지난달 14일 본거지인 미국에서의 사업을 완전히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의 공세를 이기지 못한 데다 재정난이 겹친 탓이다. 지난해 9월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회생을 꾀했으나 채무조정에 실패하면서 70년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됐다. 토이저러스는 미국 내 700여 개 매장 전부를 닫기로 했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가 장난감 시장을 침식하면서 토이저러스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문은 미국과 일본의 토이저러스 모두 전자상거래의 위협을 받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 환경 차이가 양국 토이저러스의 운명을 갈랐다고 짚었다. 그리고 이런 환경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인구 구조였다. 일반적으로 저출산은 경제와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토이저러스에는 전혀 다르게 작용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장난감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한 토이저러스에 처음으로 도전한 것은 대형유통업체 월마트였다. 월마트는 장난감 매장을 확충하고 토이저러스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인구가 증가했던 미국에서 장난감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으로 평가돼 시어스나 K마트 등 다른 소매업체들도 월마트를 따라 장난감 판매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아마존이 창업하던 1994년 전후부터 토이저러스는 위협에 시달린 것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토이저러스는 월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나 온라인을 장악한 아마존을 이길 수 없었다.
반면 저출산 사회인 일본에서 장난감 판매는 사양 산업으로 취급됐다. 1991년 1만5243개였던 일본 내 장난감 매장은 2014년 6364개까지 급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도 장난감 매장을 줄였다. 미국과 달리 토이저러스에 대항할만한 자본력을 지닌 대형 유통업체들이 장난감 시장과 거리를 두었다. 그 사이 일본 토이저러스는 1991년 1호점을 연 이래 매장을 꾸준히 늘렸다. 매장 수가 가장 많을 때는 200개에 달했다. 8000억 엔(약 7조9612억 원) 규모의 일본 장난감 시장에서 토이저러스의 매출액 추정치는 최근 몇 년 동안 1700억 엔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자가 없는 토이저러스는 대형 상업 시설에 ‘들어와 줬으면 하는 가게’로 자리매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토이저러스는 일종의 ‘부전승’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디터 하벨 일본 토이저러스 사장은 “미국과 달리 일본 사업은 탄탄하다”면서 “자동차가 없으면 매장에 갈 수 없는 미국과 달리 매장에 접근하기 쉬운 게 일본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에도 매출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면서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하는 교육용 완구나 건강에 좋은 장난감 등에 주력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온라인의 편리함도 있고 매장의 장점도 있다. 옴니채널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몇 년 후 일본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지만 토이저러스만은 예외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