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스템 원할...실물경제 부담 우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최근 원유와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한국외국어대학교 기업인포럼에서 "지난 10여년간 세계경제는 저물가기조 하에서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앞으로는 국제 원자재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와 IT혁명, 금융혁신은 지난 10여년간 세계경제의 발전을 이끌어 온 핵심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지난해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영향으로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용경색이 발생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향후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둔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수 있겠으나 여기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지속으로 원유, 곡물 등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그로 인해 국제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미 정부 및 연준의 금융시장 안정 노력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조체제 등에 비추어 국제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신흥시장국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의 금융시스템 보강, 대규모 외환보유액 축적 등에 힘입어 대외충격 흡수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부동산대출도 그간 LTV, DTI 규제 등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부실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월 말 2624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도 외부 충격 악화에 대한 완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최근의 세계경제 여건 변화는 여러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둔화는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