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월마트 등, AI 로봇·무인 결제 등 관련 기술 개발 박차…개인정보 유출 등 우려도
아마존고는 작년 1월 미국 시애틀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계산원과 계산대가 없는 미래의 편의점을 선보이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아마존고에서는 물건을 집은 즉시 가방에 담을 수 있다. 매장을 나올 때 고객이 미리 설치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진열대에 꺼낸 상품이 인식돼 영수증이 청구되고 자동 결제된다. 작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이러한 자동 결제 기술이 완전히 자리 잡으면 전 세계 소매업 일자리의 30~50%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매업체들 사이에서 무인 매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소매 유통기업 알리바바는 자사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만을 이용해 결제할 수 있는 ‘헤마’ 슈퍼마켓을 지난 2015년 문 열었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35곳의 헤마 매장이 있다. 이 매장의 모든 물건에는 바코드가 있어 모바일 앱으로 제품 정보를 자세히 볼 수 있다. 고객들은 자신의 장바구니를 키오스크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결제한다.
또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JD닷컴은 작년 12월 자체 무인 편의점을 선보이기 위해 개발자들과 협력해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JD닷컴은 현재 선반에서 진열된 물건을 빼낼 때 인식하는 기술을 테스트하는 데 한창이다. 별도의 칩을 제품에 붙이지 않고, 고객의 쇼핑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결제는 알리바바의 헤마처럼 안면 인식 기술이 사용된다.
미국의 대표 소매업체 월마트는 ‘보사노바’라는 로봇을 이미 50개의 매장에 투입하고 있다. 보사노바는 소매점 판매대에 진열된 상품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거대한 수화물처럼 생긴 이 로봇은 재고가 없는 선반이나 물건이 잘못 놓인 선반을 찾아낸다. 그 뒤 직원에게 해당 판매대를 보고하면 직원이 재고를 채워 넣는 방식이다. 보사노바의 사업을 주관한 마틴 히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온라인 소매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업을 하는 방식을 보고 솔직히 모두가 놀랐다”며 아마존고의 사업 모델을 의식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월마트는 미국 내 4700개 매장 중 120개 매장에서 현재 스마트폰으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결제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부터 도입된 이 기술은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한 뒤 앱에서 결제하고 물품을 들고 나가는 것으로 아마존고와 개념이 같다.
아마존고와의 경쟁에 불을 지펴줄 IT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투자 분야 데이터 분석업체인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매업체의 자동 결제 기술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투자한 투자금은 2015년 6400만 달러(약 677억 원)에 그쳤다. 그런데 2016년과 2017년에는 매해 1억 달러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다. 소매업체에 자동 경제 기술을 제공하는 아일랜드 업체 에버신의 알란 오헬리히 최고경영자(CEO)는 “무인 매장과 관련한 기술은 마치 골드러시를 연상케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인 매장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의 경우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 외 나라에서는 개인 정보 문제가 민감하게 여겨진다. 온라인 전자프론티어재단의 제니 게브하트 연구원은 “아마존은 내가 온·오프라인에서 무엇을 샀고, 무인 매장에서는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였는지, 어떻게 움직였는지 동선까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매장에서는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매장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카메라와 센서가 더 많이 설치돼야 하는데 그 경우 비용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매업체 크로거의 크리스 헬름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아마 12만 제곱피트(약 3300평) 이상의 매장에서는 무인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