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 FTA 자동차 양보? 주가는 솔직하다

입력 2018-04-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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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자본시장부 기자

지난달 26일 공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자동차 부문 결과를 두고 뒷말이 끊이질 않는다. 주로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 25%를 철폐하는 시점을 2041년까지 20년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이 화두다.

자동차업계는 “정부가 국내 자동차 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발 나아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굴욕적 협상”이라며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원칙적으로는 협상 타결을 환영하면서도 “일부 분야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가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를 내준 탓에 한국산 픽업트럭이 미국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수출 물량이 현재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또 이번 협상을 앞두고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관세가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점, 한국이 원산지 기준 강화 요구 합의 대상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막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애써 침묵했다.

같은 결과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증권사와 신용평가사의 투자보고서는 “이번 FTA 자동차 분야 개정 합의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오히려 “협상 결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선방’한 측면이 있으며,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의 판단은 어땠을까. 개정협상 결과가 전해진 이튿날 현대차의 주가는 3.01% 올랐고, 그다음 날에는 기아차의 주가가 3.94% 뛰었다.

주가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자동차업계와 경제계는 어떤 의도에서든 ‘앓는 소리’를 할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돈을 걸고 투자하는 주식투자자들은 이익 앞에 솔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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