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유공자나 그 가족 환자들이 성별 구분 없는 공용 화장실·탈의실을 쓰도록 한 보훈병원에 대해 시설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A보훈병원에서 투석치료를 받은 여성 환자인 B씨의 아들이 낸 진정을 받아들여 화장실 등 시설을 성별에 따라 구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고 병원장에게 권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B씨의 아들은 이 병원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치료를 받는 어머니 B씨가 남성환자들과 함께 공용 화장실과 탈의실을 이용하면서 지속적인 불편을 겪었고, 수치심을 느끼기도 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실제로 인공신장실 안에 있는 탈의실은 환자들이 투석치료 전후로 옷을 갈아입거나 잠시 쉬는 용도로 쓰이는데, 치료시간이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어 특정 시간대에 이용 환자가 몰렸다.
이로 인해 탈의실 문이 열려있는 경우가 많았고, B씨를 비롯한 여성 환자들은 남성 환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의도치 않게 봐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여성 환자들은 병상에 커튼을 치고 옷을 갈아입거나 인공신장실에서 30m 정도 떨어진 외부 화장실까지 가 갈아입는 등 불편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다. 인공신장실 내 화장실 역시 남녀 구분이 없었다. B씨는 2016년 9월 투석치료를 받던 중 용변 실수를 해 급하게 화장실에서 샤워하다가 이를 모르고 들어온 남성환자와 마주쳐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이 병원 화장실과 탈의실은 남성 환자와 여성 환자 모두 불편함은 물론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서 "환자들이 이를 감내하도록 한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조사에서 "보훈병원이 원래 국가유공자를 위한 기관이다 보니 남성 환자가 대다수여서 당초 인공신장실도 이런 특성에 맞게 설치됐다"며 "이후 이용자 범위가 국가유공자 가족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환자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국가보훈처장에게도 A보훈병원이 화장실 등 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예산 등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