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경협 새 시대 열린다] 평창올림픽서 손잡은 南北… 경제협력 모드도 ‘파란불’

입력 2018-03-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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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C(컴퓨터 수치제어)화된 평양 무궤도전차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 긴장 상태가 화해 모드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2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 이어 올해 4월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남북 분위기가 화해를 넘어 협력의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앞서 남북 경제협력(경협)에 관심이 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뿌리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남북 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시각도 있다.

남북 경협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총 2차례의 정상회담으로 불씨를 지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2000년 6월 13~15일 평양에서 첫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남북 정상은 6·15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2007년 10월 3일 정상회담 논의를 통해 10·4 선언을 했다. 이를 계기로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은 개성공단 설립에 합의(2000년 8월)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개성공단을 착공(2003년6월)했다.

남북 간 합의로 개성공단을 비롯해 위탁가공, 자원개발, 남·북·미·중·일·러 6자회담 후속 조치, 전력공급 등은 일정 수준 이행됐다. 위탁가공은 섬유 부문을 중심으로 지속 증가했고 자원 분야는 공공 분야 7건, 민간 분야 3건 등 총 10건을 추진하기로 했었으며, 정촌(흑연)은 생산물의 국내 반입 단계까지 진척을 이뤘다.

6자회담 후속 조치의 성과도 일부 있었다. 2003년 8월 회담을 개시, 2006년 5월 북한이 경수로 사업을 중단했다. 이후 5개국은 중유 100만 톤 상당의 에너지 지원을 합의, 2007년 7월~2009년 3월까지 약 75만 톤 상당의 중유와 대체연료를 북한에 지원했다. 하지만 2009년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등으로 회담 및 후속 조치가 중단됐다.

한국의 대(對)북한 전력 공급도 이뤄졌다. 개성공단에 350억 원을 투입해 문산변전소와 개성공단 사이 16㎞ 구간에 48기의 철탑을 세웠고, 154㎸의 옥외변전소를 마련했다. 금강산엔 9000㎾ 장전발전소, 6153㎾의 보조 전원 등을 설치했다. 현재 개성공단의 전력 공급은 끊은 상태다.

다만 안변 선박블록공장 건설, 남포 배수리공장 설비 현대화, 기술협력 등 남북 조선·해양협력은 2008년 1분기 중 측량 및 지질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으나 미실행됐고, 해주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2008년 중 현장실사를 하기로 했지만 중단됐다. 검덕(아연)과 룡양·대흥(마그네이트) 등 단천지구 광산도 3회 현지조사하고 성과 없이 종료된 상태다. 남북이 다시 경협을 하면 이처럼 중단된 자원개발, 개성공단 등의 사업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닦아 놓은 터를 기반으로 해 남북 교역액과 북한산 반입량은 크게 증가했다. 2004년 12월 개성공단이 가동, 사실상 첫해인 2005년 남북 교역액은 7억6530만 달러에서 10년 뒤인 2015년 27억1450만 달러로 3배를 넘겼다. 같은 기간 북한산 반입액도 3억4030만 달러에서 14억5240만 달러로 4배가 넘었다.

남북경협은 다양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산업·경제구조가 상호 보완적이다. 북한은 풍부한 지하자원과 저임금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경제발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과 기술이 부족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자본 및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원 부족과 높은 지가 및 고임금으로 경쟁력의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지식서비스 및 연구개발(R&D) 등으로, 북한은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등 제조업 생산기지의 역할을 맡으며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가다. 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도 강점 중 하나다. 중·일·러 및 태평양을 연결하는 접점에 한반도가 있어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의 최적지다. 특히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신북·남방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은 경영상 애로를 줄일 수 있으며, 남북이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점은 원료, 제품 등 수송이 유리하다.

다만 남북 경협을 위해선 5·24 조치와 함께 유엔(UN) 제재를 풀어야 한다. 천안함 사건으로 대북교역·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5·24 조치가 내려졌고 북한의 핵실험은 UN 제재를 결의하게 만들어 이를 해제해야 남북 경협을 할 수 있다. 더불어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상사분쟁조정절차, 청산결제 등 4대 경협합의서를 비롯해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통신·통행·통관 등 3통도 보장돼야 한다.

북한경제 관련 전문가는 “남북 경협은 원조, 지원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되고, 서로의 수요에 맞게 필요한 부분을 추진해야 한다”며 “사양산업을 키우는 차원이 아닌 좀 더 큰 틀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비핵화와 속도를 맞춰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며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에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면 비핵화, 화해·협력, 평화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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