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BMW, ‘敵에서 동지’로…차량공유사업 통합으로 실리콘밸리에 대항

입력 2018-03-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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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서비스 사업’으로 자동차 산업 주도권 유지 목적

▲다임러의 차량공유 서비스 ‘카2고’(위)와 BMW의 ‘드라이브나우’(아래). 독일 럭셔리 자동차업체 양대 산맥인 이들은 28일(현지시간) 이동 서비스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AP뉴시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 최대 라이벌인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와 BMW가 실리콘밸리의 부상에 대항하고자 손을 잡았다. 두 기업은 이동 서비스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임러와 BMW는 차량 공유 등 이동 서비스 사업을 통합하기로 하고 각각 절반씩 출자한 새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작사 이름은 추후 결정할 예정이며 거래 조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두 기업은 차량 공유 사업과 차량 호출, 주차, 전기자동차 충전 등 ‘이동성’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안에 합작 회사 설립에 대한 규제 기관의 승인을 계획하고 있다.

다임러의 자회사 ‘카2고’와 BMW 산하의 ‘드라이브나우’가 합작의 핵심이다. 다임러의 차량 공유 서비스 ‘카2고’는 북미와 아시아, 유럽 지역에 1만4000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다. 카2고와 BMW의 드라이브나우의 사용자를 합치면 약 400만 명에 달한다. 합작 회사는 2만 대의 차량을 31개 도시에서 운영하게 된다.

다임러와 BMW는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이 보급되면 주차 서비스와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이 필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합작사는 주차 공간을 찾도록 도와주는 BMW의 ‘파크나우’와 다임러의 택시 호출 서비스 ‘마이택시’, BMW가 확보한 전 세계 전기차 충전소 14만3000곳을 활용할 계획이다. 두 기업이 서비스를 합치면 이용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운영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경쟁 관계인 이들이 ‘적과의 동침’을 택한 것은 우버와 알파벳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는 IT 세력에 맞서기 위해서다. BMW와 다임러는 세계 고급차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기술 분야의 새로운 경쟁자들에 압도당할 위기에 처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에 ‘공유’ 개념을 도입하면서 자동차 소유에 대한 의미가 변하고 있어서다. 우버와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등의 차량공유서비스, 무인택시와 같은 기술이 보급되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감을 느낀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량을 생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이동성 기업’으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차량 공유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려 힘쓴다. 디터 제체 다임러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공학의 선구자로서 미래 도시의 이동성에 대한 사업을 다른 이들이 형성하도록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은 “우리의 이동성 서비스 합병 계획은 자원을 모으고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강한 경고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임러와 BMW는 최고의 프리미엄 차량에 관해서는 경쟁자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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