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IRP 가입대상 확대 = 문제는 가입 대상이다. 연금저축은 가입 대상에 제한이 없다. 근로자와 자영업자 모두 연금저축에 가입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IRP는 가입 자격에 제한이 많았다. 우선 자영업자는 가입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근로자가 모두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근로자 중에서도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람만 IRP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세액공제 성적표도 달라진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연금저축과 IRP에 모두 가입할 수 있어 연말정산 때 70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연금저축만 가입할 수 있어 최대 400만 원만공제받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IRP 가입 대상이 대폭 확대되었다. 지난해 7월부터 퇴직연금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는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군인과 같은 특수직역연금 가입자들과 자영업자도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556만 명, 통계청), 특수직역연금 가입자(146만 명, 국민연금공단),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510만명, 고용노동부)를 전부 합치면 1200만 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이들은 연금저축만 가입할 수 있어 최대 400만 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IRP에 가입해 저축금액을 늘리면 올해 연말정산 때부터는 70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IRP를 효자로 만드는 5가지 방법 = 그렇다면 IRP계좌를 활용해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IRP를 통해 노후소득의 얼마를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후생활비로 월 200만 원을 책정했다면 100만 원은 국민연금으로, 50만 원은 IRP와 연금저축으로, 나머지는 기타 자산으로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식이다. 이를 역으로 환산하면 목표 적립액을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이 어렵다면, IRP계좌가 개설된 금융회사의 전문가를 활용하면 된다.
둘째는 중도에 해지하지 말아야 한다. IRP를 퇴직급여가 중간에 거쳐가는 정거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진 평생직업 시대에 근로기간 중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일 가능성이 높은 시대다. 이때 그동안 쌓아놓은 퇴직급여를 인출해 다른 용도로 써버리면 노후의 소득은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액공제 목적으로 저축한 적립금은 중도에 해지하면 기타소득세(16.5%)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가 크다. 그러므로 은퇴할 때까지 적립금과 퇴직급여는 하차시키지 않고 승차시키는 도구여야 한다.
세 번째는 투자다. 우리가 회사를 다니면서 버는 근로소득과 달리, 금융자산의 자본소득은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을 한다. IRP의 적립금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두게 하는 것은 가입자의 몫이다. 금융자산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투자다. 이러다 보면 간혹 수익률의 변동성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 변동성을 줄여주는 것이 바로 분산 투자다. 자산군과 종목, 지역까지 분산해야 한다. 이제는 안전의 개념을 원금 보장에서 노후생활 보장으로 바꿔야 할 때다.
네 번째는 모델 포트폴리오의 활용이다. 투자는 ‘예술이자 과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결코 쉬운 영역이 아니다. 게다가 투자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면 좋다. IRP 계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델 포트폴리오도 금융기관에서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된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면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도 투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추가 납입이다. IRP 세액공제 한도는 연 700만 원이지만, 연간 납입 한도는 1200만 원이다. 여유 자금이 생겼을 때 IRP에 납입하면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노후 자금을 늘릴 수 있다.
◇IRP계좌의 세제 혜택 = IRP계좌에 저축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은 앞에서 언급한 세액공제 외에도 또 다른 혜택으로 ‘과세 이연’이 있다.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에 대해서는 이자나 배당소득세(세율 15.4%)를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연간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해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00만 원을 초과한 이자, 배당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6.6%~44%)로 세금이 부과된다. 다른 소득이 많거나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은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IRP 계좌 적립금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재투자를 계속하면 적립금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
IRP 계좌에 가입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고 55세가 넘으면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낮은 세율로 과세된다. 일반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율은 6.6~44%인 데 반해 연금소득에 대해서는 3.3~5.5%의 낮은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다만 과세 대상 연금소득(공적연금, 퇴직급여 제외)이 연간 1200만 원을 초과하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과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