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과정 남성 우대, 처벌 가능"...판례 보니

입력 2018-03-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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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최근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 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성차별 한 혐의 등으로 KB국민은행 인사 담당자가 구속되면서 적용 법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은 물론 '펜스룰(여성을 배제하는 현상)'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7조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직무수행에 불필요한 키·몸무게 등 신체적 조건은 물론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의약품 제조·판매를 하던 E사 생산부장 A씨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에 생산부 사원 모집 공고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내세운 채용조건은 '남자'였다. A씨는 지난 2009년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A씨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만 원으로 감형됐고 판결은 확정됐다.

다만 이처럼 공공연하게 채용조건을 남성이라고 쓰지 않는 이상 채용 과정에서 이뤄지는 성차별을 증명하기 쉽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에 '직무의 성격에 따라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는 예외라는 조항도 있다.

공주에 있는 B농업협동조합과 이 회사 상무 C씨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2013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C씨는 2011년 6급 신규직원 2명을 채용하는 시험에 응시해 최종 면접시험만을 남겨둔 업무직 직원 D씨에게 "조합장이 조합 형편상 남자 직원 2명이 필요하다. 시험에 합격해 정규직이 돼도 급여가 감소해 본인에게 손해다"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말을 들은 D씨는 다음 날 예정된 면접시험을 포기했다.

법원은 C씨가 이 말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의견 표시에 불과해 이 말만으로 모집 및 채용 관련 남녀를 차별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C씨가 다른 여자 응시생에게 같은 말을 한 적 없고, 결과적으로 신입 직원을 남녀 각각 1명씩 선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논란이 되는 펜스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직장 내 펜스룰을 가장한 성차별을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 질문을 하거나 회사 업무에서 여성을 일부러 배제하는 것은 불법이다. 임금과 복리후생은 물론 정년·퇴직, 해고와 관련해 여성에게 불리한 근로계약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일례로 주류 제조업 대표이사 F씨 등은 결혼한다는 이유로 여자 직원을 차별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F씨는 해당 직원에게 "우리 회사에서 여직원이 결혼하고 근무한 선례가 없다"며 퇴직을 종용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그를 다른 팀으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승진 과정에서도 다른 남성 직원에 비해 불이익을 줬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는 "채용 과정에서 남성 직원을 뽑기 위한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펜스룰의 경우 회사 공식 모임과 사적인 모임을 구분하기 쉽지 않아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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