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등, 러시아 외교관 110여명 추방…新냉전 도래하나

입력 2018-03-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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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일어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 배후로 러시아 지목…서구권 연대 대응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러시아 총영사관에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내 16개국,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등 최소 22개국이 영국에서 일어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 110여 명을 추방했다. 러시아가 이에 반발하면서 서방과 러시아 간 외교 긴장이 높아지자 ‘신(新) 냉전’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시애틀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을 4월2일 자로 폐쇄할 것을 러시아에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이 보도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는 영국 영토 내에서 군 수준의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서 “이날 미국의 결정은 미국인을 감시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러시아의 능력을 약화시켜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나 이는 러시아 정부의 행동 변화로만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4일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미수 사건에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는 사건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외교관 23명을 추방했다. 미국과 EU 회원국들은 영국 지지 의사를 밝히고 연대 차원의 응징에 나서기로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와 북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우리 친구들과 파트너들로부터 큰 연대를 발견했다”면서 “우리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우리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러시아의 지속적인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EU 16개국은 30명 이상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는 7명, 우크라이나는 13명을 각각 추방하기로 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추방이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우리는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겠다는 결정을 가볍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과 단서가 러시아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아직 공개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으며 공격 사건을 조사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서방 국가들의 잇따른 조치에 러시아는 보복을 경고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집단적인 비우호적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방은 증거가 아닌 동맹에 근거한 비우호적인 조치”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부가 상황을 분석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응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개입과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등 러시아의 독단적인 움직임에 대한 서구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냉전 이후 서구권과 러시아의 긴장이 가장 고조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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