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엉망진창(億網疹瘡?)

입력 2018-03-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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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또 구속되었다.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상황이 보도될 때마다 국민들은 나라 꼴이 참 ‘엉망진창’이었다는 생각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국어사전은 ‘엉망진창’을 “엉망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엉망은 다시 “①일이나 사물이 헝클어져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결딴이 나거나 어수선한 상태”, “②말이 아닐 정도로 수준이 떨어져 한심한 상태”라고 풀이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저질러놓은 일을 보면 ①의 뜻에 완전히 부합하고, 두 전 대통령의 수준을 보면 ②의 뜻과 부합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앞으로는 이런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를 빌고 또 빈다.

필자는 ‘엉망진창’의 어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한자로 쓴다면 ‘億網疹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각 글자는 ‘(숫자)억 억’, ‘그물 망’, ‘마마(천연두) 진’, ‘부스럼 창’이라고 훈독한다. 천연두(天然痘)는 두창(痘瘡), 포창(疱瘡)이라고도 한다. 마마(마마) 혹은 손님은 속칭이다.

痘나 疱는 다 물집이 부풀어 오르며 곪는 현상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천연두는 고열과 발진으로 인하여 설령 낫는다고 해도 부스럼 자리가 얽는 이른바 ‘곰보’현상이 나타나는 후유증(後遺症)이 있다. 필자가 ‘엉망진창’의 어원을 ‘億網疹瘡’으로 상정(想定)한 까닭은 ‘엉망진창’을 ‘수없이 얽힌 그물처럼 종기와 부스럼이 번져 있는 상태’라는 뜻을 갖고 탄생한 말로 보았기 때문이다.

두 전직 대통령으로 인해 이 나라가 종기와 부스럼투성이가 되어 고열에 시달렸던 것 같다. ‘백공천창(百孔千瘡)’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백 개의 구멍과 천개의 종기’이다. 온통 구멍과 상처와 부스럼투성이라는 뜻으로 온갖 폐단과 결함으로 엉망진창이 된 모양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대한민국은 빨리 百孔千瘡을 청산하고 치유(治癒)하여 ‘엉망진창’을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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