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흔들리는 ‘법인세의 역설’

입력 2018-03-25 15:18수정 2018-03-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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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수 증가 기대 실현되기 어려울 것”…EU, 디지털세 검토

▲세율을 낮추면 투자가 늘어 세수가 증가한다는 ‘법인세의 역설’이 디지털 시대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나오고 있다. AP뉴시스
세율을 낮추면 투자가 활발해져 세수가 증가한다는 ‘법인세의 역설’이 디지털 시대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세제개편으로 법인세를 낮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법인세의 역설이 디지털 경제하에서 흔들리고 있다면서 각국의 세제 논의도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개편으로 연방 법인세율을 올해 1월부터 35%에서 21%로 낮췄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세수가 10년 동안 6538억 달러(약 705조4502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높은 성장을 전제로 오히려 법인세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역설’이 의심스럽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법인세수는 기업실적, 국내총생산(GDP)과 연계되는 경향이 강하다. 감세로 기업가 정신이 자극되고 투자가 활발해지면 과세 기준이 되는 기업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세수가 좋아진다. 특히 경기 회복 국면에는 기업이 이월결손금을 해소하면서 세수가 증가하기 쉽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근 세수는 GDP의 2.9%로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보다 0.7%포인트 오히려 낮다. 10년 동안 OECD 회원국의 명목 GDP는 44% 증가했는데 법인세수는 그 절반인 22%에 그쳤다.

법인세의 역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경제의 급격한 디지털화이다. 미국 애플, 아마존, 구글과 같은 거대 IT기업은 특허나 지식재산권을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해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고 있다. 빅데이터 등 무형의 자산은 해외 이전도 쉽다. 이들은 가치가 창출되는 곳과 납세하는 국가를 분리해 조세 부담을 줄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기업의 이익 이전으로 인해 세계에서 매년 5000억 달러 정도의 세원이 손실되고 있다. 세수를 늘리려면 세율을 낮춰 기업 실적이 좋아지도록 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된다. 세금의 원천이 되는 재산과 소득이 해외로 달아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세수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각국은 과세 방법을 재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구체적인 ‘디지털세’ 방안을 세우고 있다. 유럽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을 유치하거나 이익을 벌어들이면 물리적 거점이 없어도 과세하는 규칙을 검토 중이다. 디지털세는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큰 쟁점이 됐다.

OECD도 기업의 매출에 따라 과세하는 방식이나 과세의 근거가 되는 지점이나 공장 등의 개념을 재검토하도록 회원국에 제안했다. 경제학자들은 하나의 국가를 단위로 하는 법인세는 미래에 생존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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