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봄의 힘-희망을 꿈꾸는 세상

입력 2018-03-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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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에서 사교육비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교육 공화국’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사회의 단면이다. 매년 나오는 뉴스이지만, 볼 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든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학교 수업을 끝낸 학생들이 바쁜 걸음으로 가는 곳은 학원이다. 집이 가까우면 집에 들렀다가 가지만 바쁘거나 시간이 없으면 편의점, 분식집 등에 들러 저녁을 대충 때우고 학원으로 간다. 어떻게 보면 어른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낸다.

초임교사 시절에 교실 환경미화를 위해 방과 후에 손재주가 좋은 학생들과 반 구석구석을 예쁘게 꾸몄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힘을 더해 꾸민 교실엔 아이들의 솜씨가 있고 재미가 있었다.

몇 년 전에 환경미화까지는 아니지만 교실을 조금 꾸며 볼까 해서 “방과 후에 남아서 봉사할 학생들은 남아라”고 말했는데, 선뜻 나서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다들 오후에 바쁜 일정이 있단다. 학원, 과외로 시간이 빡빡한 아이들의 일정에 살짝 놀랐다.

개인 상담이나 단체 상담을 위해 방과 후에 시간을 조율하려면 중학생들이 어찌나 바쁜지 4명만 모여도 일정 잡기가 힘들다. 이제 14~16세의 아이들이지만, 성인인 나보다 바쁜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국어·영어·수학 학원은 물론, 예체능 학원까지 다니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은 언제 꿈을 꾸고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창의력, 사고력이 필요하다는 요즘이지만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시간은 있을까.

그래도 3월 새 학기, 봄이 되면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 눈을 본다. 새 학년, 새 교실에서 새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 무언가를 기대하는 학생들의 눈빛에 나도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진다. 봄에는 이렇게 사람을 희망에 부풀게 하는 힘이 있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에도, 맑은 하늘에도,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희망이 느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희망이 있으면 좋겠다. 바쁜 일상에도 하늘을 보고 바람을 맞으며 활짝 웃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희망과 꿈으로 가득 차야 할 인생의 봄, 아이들에게 희망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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