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훤 시인이 SBS '키스 먼저 할까요' 제작진과의 문장 도용 논란에 대해 오해가 있었음을 밝히면서도 출판 업계의 저작권 인식 부재 문제에 쓴소리를 냈다.
이훤 시인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전 포스팅에 언급한 일을 두고 담당 PD이신 김재현 작가님과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드러나지 않은 작가들의 진심이 무엇이고, 실수가 있었던 부분은 무엇이었으며, 오해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쓴다"고 밝혔다.
이어 "글귀를 도용당했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 팀으로부터 저자인 저나 출판사 중 누구도 연락을 받지 못해서였다"며 "뒤늦게 받아 본 대본 사진에는 분명 '이훤'이라는 이름이 명기돼 있었으나 방송 전 송출 과정에서 누락됐고, 그전에 이뤄져야 하는 확인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훤 시인은 "배유미 작가와 김재현 작가는 실제 시를 쓰는 분들이었고, 시를 알리기 위해 뒤에서 애써온 분들임을 알게 됐다. 감사하게도 제작 전 단계부터 시집에 있는 시를 드라마를 통해 알리고자 했으며 선한 의도로 시작했는데 그 과정이 서투르게 진행되면서 오해가 빚어졌다"며 "동의를 구하는 부분이 생략됐음을 서로 인정했고 저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진심을 확인했다. 저작권이라는 울타리를 다르게 바라봐 빚어진 오해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출판계 저작권 인식 부재와 관련해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이훤 시인은 "제가 정말 알리고 싶었던 건 실수가 빚어낸 이 사건이 아니라 출판 업계에서 쉽게 목격되는 저작권 인식의 부재와 이로 인해 반복되는 답답함이었다"며 "일전에는 동의 없이 제 시를 게재하고 출판한 서적을 독자 제보로 알게 됐고, 독립서적이었지만 제목을 도용당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이훤 시인은 페이스북에 "문장을 도둑맞았다. 엔딩에 대사로 사용된 문장들은 시집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에 수록된 시"라며 "인용도 아니고 대사로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용했다"고 '키스 먼저 할까요' 제작진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도용은 정말이지 괴롭다. 방송작가라면 창작하는 이의 마음을 뻔히 아실 텐데 어찌 다른 창작자의 문장을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시는지"라고 언짢아했다.
이에 '키스 먼저 할까요' 제작진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문장은 이훤 시인의 시집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에 수록된 시 '철저히 계획된 내일이 되면 어제를 비로소 이해하고'의 전문"이라며 "시의 출처 및 저자는 대본상 분명하게 명기돼 있었으나 제작물을 편집, 송출하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이 부분이 누락됐다"고 공식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