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朱熹)는 ‘수도선부(水到船浮)’, 즉 “물이 차면 배는 떠오른다”는 의미를 담은 시를 남겼다. 그는 누구보다도 독서를 중시하여 ‘관서유감(觀書有感 觀:볼 관, 書: 글 서, 有: 있을 유, 感:느낄 감)’, 즉 ‘책을 읽으며 가진 느낌’이라는 시 2수를 썼는데 그중 한 수에 이 ‘水到船浮’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작야강변춘수생(昨夜江邊春水生) 몽충거함일모경(蒙衝巨艦一毛輕) 향래왕비추이력(向來枉費推移力) 금일중류자재행(今日中流自在行).”
해석하자면 이렇다. “어젯밤 강가에 봄비가 내리더니, 강에 물이 차오르자 큰 배도 터럭만큼이나 가볍게 떠올랐네. 접때는 강바닥에서 배를 밀어 옮기느라 헛되이 힘을 소비했는데 오늘은 물 한가운데에서 자유자재로 떠가는구나.”(昨:어제 작, 夜:밤 야, 邊:가장자리 변, 蒙:입을 몽, 衝:채울 충, 巨:클 거, 艦:배 함, 輕:가벼울 경 向:향할 향, 來:올 래, 向來: 접 때, 枉:헛될 왕, 費:소비할 비, 推:밀 추, 移:옮길 이, 今:이제 금)
물이 빠진 강바닥의 진흙 위에서 배를 끌고 간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그러나 비가 흠뻑 내려 강에 물이 차오르기만 하면 배는 솜털마냥 가볍게 떠서 자유자재로 물 위를 오갈 수 있다. 쌓인 학식이 없이 텅 빈 머리로 어려운 문제를 푼다고 가정해 보자. 아무리 끙끙대며 머리를 쥐어짜 보아도 그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러나 독서를 통해 학식을 쌓고 나면 그처럼 어렵던 문제도 술술 풀리게 된다.
물은 배가 배의 역할을 하게 하는 기본 조건이고, 독서는 사람이 사람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조건이다. 배우지 않고 빈 머리로 살아가는 인생은 땅바닥에서 배를 끌고 가는 것만큼이나 고달프고 처참하다.
봄은 놀기에도 좋지만 공부하기에도 딱 좋은 계절이다. 허송세월(虛送歲月)하지 말고 깊이 있는 책 한 권이라도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