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검찰에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시인하는 취지의 자수서를 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수서란 어떤 뜻일까?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반공(反共:공산주의를 반대함)’이라는 이념을 강조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승공(勝共:공산주의 세력을 무찔러 이겨냄)’의식을 고취하는 교육을 할 때, 교육내용으로 등장했던 가장 주요한 항목이 ‘간첩 신고’였다. 실지로 북한의 간첩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박정희 정권은 자신들의 독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걸핏하면 ‘간첩’이라는 단어를 들이대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곤 하였다. 그 당시 거리마다 나붙어 있던 표어가 바로 “어둠 속에 떨지 말고 자수하여 광명 찾자”였다. 범죄자, 특히 간첩들을 향해 자수를 권하는 표어였다.
자수는 ‘自首’라고 쓰며 각 글자는 ‘스스로 자’, ‘머리 수’라고 훈독한다. 머리는 ‘우두머리’라는 뜻도 있지만 ‘처음’, ‘시작’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므로 自首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다. 즉, 범죄 사실이 발각되기 전에 범인 스스로 경찰이나 사법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수사가 자신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하는 행위가 바로 自首인 것이다. 그런 자수의 내용을 글로 작성한 것이 자수서이다. 자수하면 그만큼 형량을 적게 선고받는 것이 상례라고 한다.
자술서(自述書)의 ‘述’은 ‘지을 술’, ‘말할 술’이라고 훈독하며 글이나 말로 설명하는 행위를 뜻하는 글자이다. ‘저술(著述)’은 글로 표현하는 것이고 ‘구술(口述)’은 입, 즉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술서는 조사나 수사 중인 어떤 사건에 관하여 피의자나 참고인이 자신이 행하거나 겪은 것을 진술한 글을 말한다. 자수서는 스스로 신고하기 위해 쓰는 글이고, 자술서는 자수했든 검거되었든 간에 조사나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글에 대한 통칭인 것이다. 자술서보다는 자수서가 많은 세상이 그나마 좀 나은 세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