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날(14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기업들이 함께 재판에 넘겨질 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수사 중인 기업들은 삼성, 대보그룹, 성동조선해양, ABC상사 등이다. 이들 업체가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금액만 약 89억5000만 원에 달한다.
삼성은 2007년 11월~2009년 3월 이 전 대통령 소유 의혹을 받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 비용 60억 원을 대납해 준 혐의가 있다. 이미 지난달 15일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 신분인 만큼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의식불명 상태인 이건희 회장은 혐의가 드러난다고 해도, '시한부 기소중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이 의식을 되찾을 때까지 조사를 멈춘다는 의미다.
그밖에 확인된 뇌물 혐의액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등이다. 이 가운데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돈 일부는 중견조선업체 성동조선해양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최근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법상 뇌물을 약속하거나 준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뇌물공여의 경우 뇌물을 주고받을 당시에 사정, 소극적 또는 적극적인 뇌물제공이었는지 등을 고려해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검찰은 5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 함께, 뇌물을 건넨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던 기업 중 KT와 GS홈쇼핑의 경우 전 전 수석의 적극적인 금전 제공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한 점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았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에서도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롯데는 실제로 재단에 돈을 지급했고, SK는 돈을 요구받았으나 실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검찰 판단에 따라 기업들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