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공사현장에서 쓰이는 독성 물질을 소홀히 다뤄 일용직 근로자가 물인 줄 알고 마신 후 숨진 사고에 대해 법원이 현장소장의 책임을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장소장 최모 씨와 작업반장, 일용직 근로자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서초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 임모 씨는 작업반장 김모 씨에게 “날씨가 추워졌으니 A씨와 함께 방동제를 사용해 바닥 석재시공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방동제는 콘크리트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물질로 무색무취해 물과 구분하기 어렵다. 마실 경우 사망하거나 치명상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거나 경고표시가 붙은 용기에 담아 사용해야 한다.
임 씨는 일회용 종이컵 두 개에 방동제를 담은 후 작업 현장으로 가져와 자동문 가까이 두었고 이후 A씨가 이를 물로 착각해 마셨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검찰은 임씨 뿐 아니라 작업을 지시한 현장소장 최 씨와 작업반장 김 씨를 재판에 넘겼다. 방동제의 위험성과 사용상 주의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이 판사는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유족들과 원만하게 합의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