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리스크에 다시 출구 닫은 ECB

입력 2018-03-09 09:08수정 2018-03-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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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 AP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제로(0)로 동결하고, 월 3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규모를 최소한 9월까지 유지키로 했다. 미국발 무역전쟁 리스크를 이유로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했던 이전 방침에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9월까지 매월 300억 유로(약 39조6627억 원) 규모의 채권 매입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오는 6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 여부를 판단한다. 필요할 경우 이를 연장해 완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남겨두었다. 예금 금리는 -0.40%, 한계대출금리는 0.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발을 맞춰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려던 방침에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말 회의록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축소하며 긴축 가속화에 합류할 것임을 시사했다. ECB는 지난해까지 매달 600억 유로의 채권을 매입했으나 올해 1월부터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ECB의 양적 완화 종료가 예상되면서 지난달 주식시장에는 매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통화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미국발 무역 리스크가 ECB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드라기 총재는 미국의 무역 전쟁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분쟁은 국제 공조의 틀 안에서 해결되어야 하며 일방적인 무역정책 결정은 위험하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동맹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면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미국이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에 EU를 포함하자 EU는 미국에 보복관세를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 관세로 맞받아쳤다.

ECB가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데는 중앙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ECB 내 ‘비둘기파’는 성장에 대한 정치적 위험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완화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유로존의 물가 상승세는 ECB가 양적완화 축소를 추진할 만큼 강하지 않다. 이날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냉랭한 상태’이며 지난 1월 회의가 끝났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CB는 올해 1.4%의 인플레이션을 기대하고 있으나 내년도 인플레이션 추정치를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2020년에는 인플레이션 1.7%에 도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남부 국가들의 실업률 고공행진으로 상당 수준의 금융완화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ECB는 이전 성명서에서도 경제 전망의 침체 또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발생했을 때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규모 또는 기간 면에서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올해 말 2조3000억 유로의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채권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는 내년 중반까지 사상 최저치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ECB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지난해 12월 예상한 2.3%에서 수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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